12代부터 국회에 제작·납품 "우리가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19대 국회의원 배지(왼쪽)와 50년 만에 한글로 바뀐 현재 의원 배지.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국회의원 배지를 관리하는 국회사무처는 4년에 한 번 선거에 맞춰 배지의 주재료인 은(銀) 등의 가격 변동을 고려해 배지 납품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십년간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의원 배지를 제작·납품하고 있는 곳은 동광기업이라는 작은 업체다. 사무처는 예비용 50개를 포함해 350개의 납품계약을 1225만원에 맺었다. 올해 바뀐 배지도 동광기업에 맡겼다. 이 업체는 12대 국회 때 처음 납품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햇수로 30년간 의원배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총 비용이 적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과거 제작·납품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제작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동일한 기업에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만원 이하의 물품·용역 계약은 수의계약할 수 있다'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것으로 독점 공급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회계 서류의 보존기간이 5년인 탓에 동광기업이 정확히 언제부터 배지를 납품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관계자의 증언도 엇갈린다. 다만 이유진 동광기업 대표(45)에 따르면 30년 전부터 이 회사가 의원배지를 납품한 것으로 추정된다.동광기업과 의원배지와의 인연은 이 대표의 작은아버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작은아버지에게 동광기업을 물려받아 첫 의원배지를 제작한 때가 1996년(15대 국회)인데 동광기업은 이전부터 국회에 의원배지를 납품해 왔다고 한다. "작은아버지에게 일을 배울 때부터 사무실에 지금과 모양이 다른 의원배지가 있었어요. 12대 혹은 13대의 의원배지로 기억합니다. 12대라고 치면 30년째 의원배지를 납품해 오고 있는 셈이죠."국회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의원배지 독점 공급의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한다. 다만 꼼꼼한 검수로 불량을 골라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이 대표는 "의원배지를 만드는 특별한 기술이 있지는 않다"며 "누구든지 만들 수 있지만 그 배지를 우리가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의원배지는 개원 초 국회사무처를 통해 각 의원들에게 1개씩 총 300개가 배포된다. 하지만 동광기업이 금형기계를 통해 찍어내는 의원배지는 1000여개. 성질이 무른 은이 주재료인 탓에 만드는 과정에서 불량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이후 파손·분실에 따른 추가 납품 요구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해 둔다.이 대표는 "100개 찍는다고 하면 불량이 20개 이상 나온다"며 "또 배지가 찌그러지는 경우에 대비해 여분의 배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수리비용은 배지의 파손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수리가 가능한 경우 무상으로 수리를 하고 부주의에 의한 파손으로 수리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의원이 자비로 다시 구매해야 한다.[관련기사]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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