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골키퍼는 지금 '디테일' 훈련 중

축구대표팀 골키퍼들은 근력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고무줄이 달린 밴드를 허리에 감고 몸을 날리는 훈련을 한다.

[마이애미(미국)=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디테일의 힘'.미국 마이애미에서 담금질에 한창인 축구대표팀 골키퍼 훈련의 키워드다. 공격수가 찬 빠르고 강한 슈팅에 맞서 반사 신경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대표팀 수문장 3인방인 정성룡(29ㆍ수원)과 이범영(25ㆍ부산), 김승규(24ㆍ울산)는 3일(한국시간) 세인트 토마스대학교에서 열린 훈련에서 고무줄이 달린 벨트를 허리에 감고 몸을 날리는 동작을 번갈아 했다. 골대 한쪽에 고무줄을 묶고 벌칙구역 중간에 서서 김봉수 골키퍼 코치(44)가 차는 공을 넘어지며 막았다. 김 코치는 "옆으로 몸을 날릴 때 다리 힘이 강해지고 공에 반응하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육상 선수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훈련한다. 고무줄이 뒤에서 잡아당기는 저항을 이겨내고 양쪽 무릎을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단련해 바닥을 차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김승규는 "소속팀에서도 자주하는 훈련인데 근력과 순발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루 전에는 '스킬볼(skill ball)'이라는 둘레 길이 50㎝에 빨간 공이 등장했다. 핸드볼 공보다 작은 스킬볼은 주로 선수들이 발등으로 공을 다루는 '리프팅' 기술을 연마하는 데 사용한다. 골키퍼 훈련에서는 용도가 다르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가 일반 축구공보다 빠르고 잡기 어려워 민첩성과 집중력을 기르기에 좋다.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다.

스킬볼

브라주카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 가운데 가장 적은 패널(가죽 조각) 여섯 개를 이어 붙였다. 가장 원형에 가까워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한다. 신축성이 좋고 가벼워 슈팅하는 공격수에게 유리하다. 감아 차는 킥보다는 발등 깊숙이 맞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슈팅이 위력적이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49)은 "10~20m 구간에서 날아오는 속도가 '자블라니(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인구)'보다 빠르다"고 했다. 정성룡과 이범영은 2012 런던올림픽 때도 두 가지 훈련을 병행하며 효과를 봤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각각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막아내며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월드컵에서 상대할 공격수들은 당시보다 빠르고 힘 있는 슈팅을 구사한다. 정성룡은 "스킬볼을 막다보면 민첩성이 좋아지고 몸이 빨리 반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범영도 "작은 공으로 훈련을 하면 경기용 공이 훨씬 크게 보이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효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 대표팀뿐 아니라 다른 나라 골키퍼들도 훈련에 디테일을 활용한다.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3월 18일 첼시(잉글랜드)의 주전 수문장 페트르 체흐(32)가 훈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갈라타사라이(터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둔 체흐는 스킬볼보다 작은 테니스 공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였다. 골대 앞에서 코치가 라켓으로 친 공을 재빠르게 손으로 막아내는 훈련이다. 한국이 23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상대할 알제리 대표팀 골키퍼들도 비슷한 훈련 을 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전지훈련에서 탄성이 좋은 스쿼시 공을 활용하는 모습이 공개됐다.이밖에 잔디에 방수천을 깔고 물을 뿌린 뒤 한 번 튀어오른 공을 막는 수중전 대비 훈련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떨어진 공을 바닥에 닿기 전 재빨리 쳐내는 순발력 향상 프로그램도 있다. 단 특별훈련에도 원칙은 있다. 김 코치는 "대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브라질에서는 경기용 공만 사용해 경기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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