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곽, 다문입 열 때

33세 최고령 곽태휘 '호령축구' 18일 대개봉

곽태휘(33ㆍ알힐랄)가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마이애미(미국)=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지)동원, 붙어야지!""얘기하면서 해!"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2일차 전지훈련. 2일(한국시간)이었다. 최고참 곽태휘(33ㆍ알 힐랄)의 호령이 쩌렁쩌렁했다. 그는 열 명씩 편을 갈라 한 실전 대비 경기에서 같은 팀 동료의 위치를 바로잡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쉴 새 없이 독려했다.곽태휘는 그라운드 안에서 태극전사들을 지휘하는 구심점이다. 평소 성격은 과묵하지만 경기장에서는 확 달라진다. 대표팀이 공들이고 있는 수비 조직력 훈련에서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이끌고 공격과 미드필드진의 간격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적응의 어려움 때문에 선수들이 우왕좌왕 할 때면 호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역할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 곽태휘는 그는 평균연령 25.9세로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어린 대표팀에서 유일한 30대 선수다. 홍명보 감독(45)은 최종 명단에 곽태휘를 선발하면서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주장은 구자철(25ㆍ마인츠)이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리더로서 임무를 부여한 셈이다. 그는 "후배들이 기량은 뛰어나지만 나이가 어리다보니 감독님이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팀이 하나로 뭉치는데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그는 전술적으로도 주전다툼을 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 중앙 수비수 자리를 놓고 홍정호(25ㆍ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24ㆍ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대체 선수로 거론됐으나 훈련을 거듭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친선경기에서는 0-1로 뒤진 후반 14분 부상당한 홍정호(25ㆍ아우크스부르크) 대신 교체로 들어가 흔들리던 수비진을 안정시켰다. 협력 플레이와 위치선정에서 문제를 드러내던 미드필드진도 균형을 잡았다.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 모두 공격력이 뛰어나다. 개인기량과 체격에서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수비에 무게를 두고 조직력으로 맞서야 한다. 전지훈련에서 대표팀이 연일 수비 훈련에 비중을 두는 이유다. 곽태휘는 다른 수비수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출전은 처음이지만 국가대표로 서른네 경기를 뛰었다. 수비수 가운데 경험이 가장 많다. 다섯 골을 넣을 정도로 수비수이면서도 득점력을 겸비했다. 특히 프리킥이나 코너킥 기회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중앙 수비수 이정수(34ㆍ알 사드)가 프리킥 기회에서 두 골을 넣었다. 현지 적응 면에서도 유리하다. 201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한 곽태휘는 지난해 12월 같은 리그 소속 알 힐랄로 옮겨 두 시즌을 중동에서 보냈다. 6월 최고기온이 평균 42.6도에 달하는 리야드(사우디 수도)의 기후에 익숙해 6월 평균기온이 31도를 웃돈다는 브라질의 더위도 문제없다. 장거리 이동에도 익숙하다. 그는 "사우디에서는 원정경기를 위해 버스로 왕복 네 시간씩 이동한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지금은 적응했다"고 했다.
조별리그 상대국도 중앙 수비수 자리는 모두 베테랑으로 채웠다. 러시아의 바실리 베레주츠키(32)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5ㆍ이상 CSAK모스크바), 알제리의 마지드 부게라(32, 레퀴야), 벨기에의 다니엘 반 바이텐(36ㆍ바이에른 뮌헨) 등 30대 기수가 버티고 있다.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70)도 "곽태휘 같은 고참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4년 전 월드컵에서 곽태휘는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예비 명단 26명에 포함돼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높았으나 개막 직전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쳐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브라질행은 절치부심한 결과 얻은 기회다. 대표팀 발탁 소식에 "가장 먼저 웃음이 났다"는 그는 "후배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맡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이애미(미국)=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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