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후보직을 사퇴했다. 후보 지명 엿새 만이다.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비판과 전관예우 논란이 사퇴의 배경이다. 그의 낙마로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 공직개혁 등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담화에서 내세운 국정개혁이 차질을 빚음은 물론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의 후임으로 지난 22일 지명됐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제기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내세운 대법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전관예우'와 '법피아' 논란 속에 낙마했다는 점에서 정권은 물론 공직개혁의 추동력도 타격을 받게 됐다. 박근혜정부들어서만도 총리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것이 출범 당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가관과 능력, 청렴도 등 총체적 평가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총리 내정자가 물러나는 일이 거듭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안 후보자의 사퇴는 새삼 국민이 공직자를 평가하는 도덕성 기준의 엄중함을 일깨워 준다. 그는 물러나면서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로펌 대신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택했고, 전관예우의 의혹이 따르지 않도록 형사사건도 수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 출신이면 그 정도는 받을 수 있다'거나 '전관예우라는 명시적 증거가 어디 있는가'라는 인식이 법조인들의 일반적 반응이라면, 청와대 인사가 그것을 기준 삼았다면,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하겠다.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한 인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길은 매섭고 잣대는 엄격하다. 여론이 재산 형성이나 병역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그 증거다. 청와대는 거듭되는 인사실패를 반성해야 한다. 국정개혁의 앞자리에 인사 시스템의 혁신을 올려놔야 할 판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을 통해 국정을 일신하려면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책임총리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박 대통령은 달라진 인사를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총리를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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