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저물가 상태를 계속 두면 경제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에서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포르트칼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에서 "왜 선진국 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2% 부근에 설정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독트린"라며 "2% 물가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선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일 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실질 금리가 높아져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로존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남부 유럽이나 아일랜드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당국자들의 안임함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당국자들은 1930년대 디플레이션 함정과 같은 분명한 증거가 경제에서 나타나지 않으면 저물가의 악영향을 계속 무시할 것"고 꼬집었다.그는 현 상황에 대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것에 직면했다"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안주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그런 면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의 저물가 상태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토론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행 2% 물가 목표를 옹호했다. 불라드 총재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인플레이션 목표는 신뢰의 문제라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앙은행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부분" 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데 따른 복지 비용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패널 의장인 피터 프래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크루그먼 교수를 향해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유"라며 비판했다.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인플레이션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연 0.7% 수준이라서 2% 목표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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