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주민투표 강행키로…푸틴 제안 거절

25일 중앙정부 대선도 거부할 듯…내전 위기 재고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투표를 연기하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최악의 유혈충돌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재고조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간스크주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8일(현지시간) 자체 회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11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도네츠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와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는 이날 투표 강행 방침을 선언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지난달 초 두 주의 분리주의시위대가 창설한 주민 정부 조직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준비해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푸틴 대통령 공보수석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세력이 주민투표 강행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논평을 자제했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실시될 주민투표에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대거 참여가 예상된다. 투표 후 이들 주는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은 특히 투표 결과를 근거로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하리코프주, 니콜라예프스크주, 오데사주 등 다른 동남부 지역과 연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국가 창설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남부 지역은 또 중앙정부가 이달 25일 실시할 예정인 조기 대선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조기 대선이 반쪽짜리 선거로 끝나면 동남부 지역은 중앙정부의 합법성을 문제 삼아 분리주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가 연기되는 것과 관계없이 분리주의 세력 진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이날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마리우폴에서 분리주의 민병대가 장악중이던 시청 건물 탈환 작전을 벌였다. 최근 이틀 동안 정부군과 민병대는 마리우폴의 시청 건물을 교대로 장악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력 배치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이날 "추가 도발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통상적 훈련을 실시하던 전술 부대까지 후퇴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1만5000명의 병력을 국경 지역에 배치했으며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동유럽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토노프 차관의 이런 발언은 하루 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주장한 푸틴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이다.  서방은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나는 시력이 좋지만, 러시아군 철수와 관련한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티브 워런 미국국방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군 태세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4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켜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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