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슬피 운 까닭

수출 시장서 참패…국가대표 명칭만 신경쓰다 내실 놓쳐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경동나비엔이 북미 콘덴싱보일러 시장 1위를 석권하며 선전하는 동안 국내 보일러업계의 산증인인 귀뚜라미는 수출 시장에서 참패하고 있다. 귀뚜라미가 허울뿐인 '국가대표' 명칭을 두고 경쟁사와 소모전을 벌이다가 힘만 낭비했다는 평가다.  24일 경동나비엔은 냉난방 에너지 전문 컨설팅 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북미 지역의 순간식 콘덴싱 가스온수기 시장과 콘덴싱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보일러 시장이라고 불리는 북미에서 국내 순수 기술로 보쉬, 비스만, 박시 등 글로벌 보일러 제조업체를 당당히 제친 결과다. 특히 콘덴싱 가스온수기의 경우 북미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적수가 없음을 보여줬다.  반면 경동나비엔의 라이벌인 귀뚜라미의 수출실적은 미미하다. 귀뚜라미 측 관계자가 "지난해 수출실적을 밝힐 수 없다"며 경동나비엔과의 직접 비교를 피하려 할 정도다. '밝힐 만한 수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최진만 귀뚜라미 명예회장의 '글로벌 목표'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은둔경영으로 유명한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창업 이래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내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고, 수출 비중은 50%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온돌 문화가 생소한 북미ㆍ유럽인들을 위해 코오롱과 손잡고 자사의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를 활용한 건식난방 시스템을 구축, 5년 안에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내보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식난방 시스템을 통한 매출은 없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들에게 시스템을 보내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내후년이면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귀뚜라미의 매출액은 5828억원으로, 최 회장이 제시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를 머쓱하게 하는 일은 또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경동나비엔의 '국가대표' 광고 문구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귀뚜라미는 지난 2012년부터 경동나비엔이 TV광고 등에 사용한 국가대표ㆍ국내 1등 등의 문구가 잘못됐다며 공정위와 방송심의위원회에 신고했으며, 현재 총 6건 중 4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쓰기보다 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며 꼬집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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