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의 작전타임]'수평적 리더십' 절실한 여성 스포츠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59)이 강조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기다림'이다. 그는 "몇 년 전까지 감독은 가르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선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했다. 자신은 '운장(運將)'이라며 자세를 낮췄으나 선수에 대한 믿음과 인내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7연속 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7년 만에 프로축구 사령탑에 복귀한 박종환 성남FC 감독(76)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선수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되돌아보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과 싸워야 한다"며 "감독이 지시한대로 움직이고 따라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도자와 선수는 더 이상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다. 카리스마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베테랑 감독들도 소통과 신뢰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형님 리더십'이나 '아버지 리더십' 같이 자상함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보편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자기표현에 강하고 규율과 통제에 익숙지 않은 젊은 선수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여성 스포츠계는 이러한 흐름과 동떨어진 분위기다. 성별논란에 휘말린 박은선 선수(28)를 비롯해 여자 컬링대표팀, 화성시청 여자 쇼트트랙 팀에 불거진 폭언과 성추행 논란 등으로 연일 혼란스럽다. 법적 다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련의 사태는 남성 지도자와 여성 선수 사이에 존재하는 권위적 체계의 문제점들이 곪아 터진 결과다. 감독은 가르치고 선수는 묵묵히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부터 지도자와 선수들의 (성)폭력 행위를 엄단하고, 누범자를 가중 처벌하는 등의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시비를 막기 위한 예방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제도와 처벌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여성 스포츠에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모범 사례가 나와야 한다. 수평적 리더십이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만 통용되는 전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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