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러시아의 명문 국립대학 교수가 자국 정부의 크림 병합 조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MGIMO) 철학과 안드레이 주보프 교수는 학교 행정처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MGIMO는 외교부 산하의 외교관 전문 양성학교로 출발한 MGIMO는 모스크바 국립대(MGU)와 함께 러시아의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MGIMO 행정처는 이날 대학 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주보프 교수와의 고용 계약 파기 사실을 알리면서 "주보프 교수가 대학측의 규정을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어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보프 교수에게 크림 사태와 관련한 발언의 위험성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지만 그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보프 교수는 지난 1일 현지 일간 '베도모스티'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의 크림 병합 시도를 1938년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탈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크림 투입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크림을 병합할 경우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의 관계가 오랜 기간 악화할 것이며 국내의 경제 혼란과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고문이 파장을 일으키자 철학과 학과장이 주보프 교수에게 스스로 사직서를 쓸 것을 요구했고 그렇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보프 교수는 자진 사직을 거부했고 이후로도 언론을 통해 크림합병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계속 밝혔다.이에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대학이 그를 고용하겠다고 제안하는가 하면 러시아 여러 대학과 역사학자들도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역사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견해와 평가를 표시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 주보프 교수는 24일에도 우크라이나 인터넷 매체 '고르돈'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전에 그가 취한 행동들도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국제관계의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글이 소개된 뒤 주보프 교수는 공식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측의 해고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