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년 만에 부활시킨 재형저축이 내놓은 지 1년 만에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재형저축 가입자는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뒤 6월 말까지는 늘어났지만 그 뒤에는 매달 줄어들고 있다. 펀드형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재형저축 계좌는 지난 1월 말 현재 175만2297좌로 한 달 전인 지난해 말의 177만3428좌보다 2만1131좌(1.2%) 감소했다. 가장 많았던 지난해 6월 말의 182만8540좌에 비하면 7개월간 7만6243좌(4.2%)가 줄었다. 초기에는 상대적 고금리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 유인되어 가입하는 서민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혜택이 그리 큰 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기존 가입자 중 해지하는 사람 수가 새로 가입하는 사람 수보다 많아진 것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별로 연 4.2~4.5% 금리를 적용하는 3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은 3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바뀐다. 7년 고정금리 상품도 있지만 이것은 적용되는 금리가 3.2~3.5%로 일반 적금의 금리와 별 차이가 없다. 증권회사가 판매하는 재형저축 펀드도 평균 수익률이 누적 3% 미만이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펀드도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저소득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재형저축과 유사한 취지의 저축 상품을 또 도입하기로 했다. 희망키움통장Ⅱ와 청년희망키움통장이 그것이다. 기초 생활 보장 대상자보다 소득이 다소 많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희망키움통장Ⅱ는 올 하반기, 중소기업 근무 고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희망키움통장은 내년 상반기에 각각 출시된다. 이 밖에 다음 달 중순에 출시되는 연간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대상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도 비슷한 취지의 상품이다.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서민 대상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라도 제대로 안착시켜 서민의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하는 것이 유사한 상품을 자꾸 개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풀 죽은 재형저축부터 살려낼 방안을 연구해보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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