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사라진 44개 경제혁신 과제…빠진 내용 뭐길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불과 일주일 전 정부가 사전브리핑에서 밝힌 핵심내용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15대 핵심과제는 9+1과제로 축소됐고, 세부실행안인 100대 실행과제 중 44개안이 완전 삭제되거나 대폭 수정됐다.◆무엇이 빠졌나=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대통령 담화 직전인 25일 오전 9시45분께야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당초 3대 추진전략, 15대 핵심과제, 100대 실행과제를 발표키로 했었다. 그러나 핵심과제의 수가 줄어들며 재정·세제 개혁, 소비자권익강화, 대학경쟁력 강화, 서비스산업의 빅뱅,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강화 등의 과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기존 ‘경제민주화 정착과 사회안전망 확충’ 과제에서 경제민주화 단어가 제외됐고, ‘투자 규제 혁파’는 ‘투자여건 확충’으로 완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박'이라고 강조한 통일부분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내용이 추가되며 '+1' 과제로 따로 분류됐다.100대 실행과제를 살펴보면 변경폭은 더욱 크다. 우선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분리, 보조금 개혁안 등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이슈들이 제외됐다. 지난 19일 사전브리핑에서 추경호 기재부 차관이 “대폭 보강해서 담았다”고 설명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은 완전히 빠졌다. 정부가 서비스 빅뱅을 표방하며 강조한 5대 유망서비스 육성안의 경우, 보건의료를 제외한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분야의 중점 추진과제가 모두 삭제되며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다. 당초 한국판 싱가포르프로젝트, 야간 달러 선물시장 개설 등이 포함됐었다.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사교육비를 연간 1조원씩 줄이겠다는 내용도 최종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에 따른 실태를 파악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안과 최저임금 준수의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강화하겠다는 노동정책도 제외됐다. 공공기관 임원 인사제도 혁신의 경우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고 전문성을 갖춘 임원을 영입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잇따른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최종안에서는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한국형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 한국판 암참(KOCHAM) 설립,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난임부부 의료비 공제한도 폐지 등도 기존 요약본에는 있지만 담화문 참조자료에서 빠진 내용이다. 그렇다고 이들 정책이 모두 중단된 것인지 또한 불분명하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화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 있는 정책이라도 대통령 담화문 및 담화문 발표 이후에 배포된 참고자료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정책들은 모두 3개년 계획에서 빠지는 것"이라면서도 “단 각 부처 업무보고, 국정과제 등 다른 형태로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왜 빠졌나?=기재부는 대통령의 담화문이 사전브리핑한 요약본과 달리 대폭 수정된 것에 대해 "좀 더 쉽고 핵심적인 대책 위주로 하자는 논의가 있어 수정한 것"이라며 "핵심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백화점식 나열, 재탕삼탕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향후 3년을 가늠하게 하는 방대한 정책을 명확한 방향이나 사회적 합의와 토론 없이 부랴부랴 내놨다가 청와대, 국회, 민심의 장벽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분리 등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을 감안해 유보된 모양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합리화, 카지노업 매각방안 검토, 변호사 등 전문자격자 간 업무 제휴안 역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최종안에 제외되거나 모호하게 표현되는 수준에 그쳤다.가계부채 관리방안과 맞물리는 LTV, DTI 규제 합리화는 대통령 담화문 참조자료에 그대로 담겼지만, 합리화가 완화인지 규제강화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랜드코리아레저(카지노업)와 건설관리공사(감리업)의 매각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초안에 포함됐으나, 담화문과 참조자료에는 정확히 명기되지 않고 모호하게 표현됐다.이밖에 대기업의 벤처기업 M&A시 계열사 편입기간 유예를 확대키로 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은 오히려 대기업 집중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해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근혜노믹스'의 최종 청사진이자 향후 3년을 가늠케 하는 주요 정책이다. 이 같은 정책이 일주일 만에 대폭 변경되고 대통령 담화 당일 오전에서야 확정된 것에 대해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6일 오전 국무회의 후 기재부 자료와 담화문 발표가 달라졌다는 질문에 "그건 달라진 게 아니다"라며 "대변인 입장이 내 입장이니, 물어보지 말라"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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