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다. 올림픽 정신의 그 본보기 같은 장면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러시아의 안톤 가파로프(27)와 캐나다 대표 팀의 저스틴 워즈워스(46ㆍ미국) 코치다.12일(한국시간) 소치의 라우라 크로스컨트리ㆍ바이애슬론센터. 가파로프는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준결승에 출전해 급경사를 내려오다 넘어져 크게 굴렀다. 타박상을 입었지만 그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결승선 부근에서 왼쪽 스키가 두 동강이 났다.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했다.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가파로프는 오른쪽 스키에 체중을 실은 채 눈 위를 걸었다.이때 워즈워스 코치가 레이스 코스에 뛰어들었다. 손에 멀쩡한 왼쪽 스키를 들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직접 가파로프의 스키를 갈아 끼워줬다. 덕분에 가파로프는 경기를 마칠 수 있었고, 1등 못지않은 환호를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워즈워스 코치는 "러시아 코치진이 다른 선수들을 관찰하느라 스키가 부러진 걸 보진 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가파로프가 덫에 걸린 것처럼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결승선을 통과해 자존심을 지키게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훈훈한 광경을 USA 투데이는 "올림픽이 시상대, 메달, 기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보도했다. CBS스포츠는 "가슴 아프면서 따뜻했던 장면"이라며 "올림픽은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썼다. 가파로프의 집념도 찬사를 받았다. 피에르 쿠베르탱은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하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12위로 골인했지만 가파로프는 쿠베르탱이 갈망한 그 정신을 보여줬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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