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해제 앞두고 이례적 연구용역 착수, 기반시설 대비책 필요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강동권의 유일한 뉴타운인 '천호뉴타운'이 반쪽짜리 개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총 7개 구역 중 3개 구역에서 반대의견이 접수된 데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나머지 구역에서도 시공사 유찰, 심의 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일반 뉴타운 사업지보다 개발 연계성이 짙어 자칫 기반시설 조성까지 틀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2003년 2차 뉴타운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천호뉴타운(41만2485㎡)은 현대백화점 뒤편에 위치해 사업 초기부터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됐다. 특히 지하철 5ㆍ8호선 환승역인 천호역과 올림픽대로, 선사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가까워 교통 여건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천호뉴타운 내 4ㆍ6ㆍ7구역은 최근 사업계획 변경을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해당 구역을 해제할 경우 연계된 사업지 내 독자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비사업지에서 구역 해제에 앞서 용역을 따로 실시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나타났다.현재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의 사업반대요청은 해제 기준인 30%를 넘긴 상태다. 사업지가 가장 큰 7구역은 지난해 6월 실태조사 결과 사업 추진으로 결정됐지만 이후 8월 주민들이 해제위원회를 설립, 해제동의서 징구에 다시 나서며 토지등 소유자 826명 중 30%가 넘는 256명의 동의서를 받아냈다.4ㆍ6구역도 마찬가지다. 4구역은 지난해 3월 토지등 소유자 55명 중 46명(83.6%)이 투표에 참여, 이중 26명(47.2%)의 반대가 접수돼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총 권리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데다 국공유지 매입비가 따로 필요한 탓에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6구역은 총 262명 중 167명(63.7%)이 투표, 당초 57명(21.7%)만이 반대에 나서 기준에 미달됐지만 최근 반대 여론이 다시 거세지며 해제 기준을 갖췄다.눈에 띄는 점은 요건을 만족했음에도 아직은 해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4구역의 경우 천호뉴타운 한 가운데 자리잡은 데다 6구역은 1ㆍ5구역을 끼고 있는 등 서로 얽힌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당초 예정해 놓은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의 위치나 규모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로를 사이에 두고 나눠진 7구역은 나머지 구역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강북권 뉴타운에서 주민 동의를 받은 후 비교적 수월하게 해제 절차가 진행되는 것과 다른 여건을 가진 셈이다.이렇다보니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7구역의 경우 해제 신청이 접수된 지 6개월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일대 F공인 관계자는 "7구역은 추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초기 사업장인 데다 심의 결과가 이뤄지지 않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최근에는 사업성이 돋보이던 2구역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달초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낮은 공사비 등을 이유로 불참, 결국 유찰됐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역세권 시프트가 도입된 곳으로 앞서 진행한 현장설명회에서 13개 건설사가 참여, 높은 관심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반면 나머지 구역은 비교적 순항 중이다. 1구역은 사업시행인가 전 건축심의를 받고 있고 3구역은 추진위 구성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주민투표 과정에서 사업진행이 결정된 5구역은 현재 지구지정을 위한 계획수립단계에 접어들었다.서울시 관계자는 "뉴타운으로 지정된 사업지임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구역들이 서로 엮여 있어 기반시설 등 공공성 확충을 위한 추가 시설을 도입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올해안에 관련 용역을 끝내고 고시까지 마쳐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천호뉴타운 위치도 /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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