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로 마사회 화상경마장 이전 개장 두고 정면 대결...'다자간 갈등 조정 협의체' 통해 승부 날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2014년 갑오년 정초, 서울 시내 한복판인 용산구에서 흥미 진진한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용산구 한강로 마권장외발매장(화상경마장) 이전 개장을 둘러싸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통 스타일'과 삼성그룹 출신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의 '삼성 스타일'이 한바탕 '맞짱'을 뜨고 있다. 먼저 공세에 나선 것은 현 회장 측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현 회장에게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문제는 서둘러 풀어야 할 가장 큰 현안이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전국에 위치한 30개의 화상경마장 중 가장 낙후되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마사회가 2009년부터 이전 개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범죄 증가ㆍ교육 환경 악화ㆍ주차난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당초 지난해 8월 개장 계획이 무산됐다. 협상도 지지 부진해 언제 개장하게 될 지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이에 현 회장은 취임 하자마자 반대 측 주민대책위원회와 대화를 갖고 "입점을 유보하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고 수습에 나섰다. 현 회장은 특히 삼성그룹 출신 차장급 인사를 영입해 입점테스크포스(TF)팀장을 맡긴 후 이전 개장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고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적극 홍보하면서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관리의 삼성' 출신다운 행보였다. 마사회는 우선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주민 설득에 나섰다. 치안 악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을 위해 무술 유단자 배치, 감시초소와 감시 카메라 설치를 통해 학생ㆍ주민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비경마일에 화상경매장을 문화센터로 제공하고 각종 취업ㆍ장학ㆍ복지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당근'도 내세웠다. 특히 "일단 개장해 6개월간 시험 운영 뒤 문제점이 발생하면 폐점까지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주민 단체들과 개별적인 접촉에 나서 지난 16일 상인회 등 일부 주민단체들과 자매 결연을 맺는 등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일부 주민단체'로 몰기 위한 이간질"이라고 비판했다. 마사회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교회 등 종교 단체를 설득하고 이전 개장지 인근 주택에 현 회장 명의로 홍보 편지를 보내고 아르바이트 학생을 동원하기도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위치도
반면 박 시장과 서울시는 주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개장을 전면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공기업의 합법적인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박 시장의 스타일이 전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용산구 현장 시장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마사회가 너무 크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며 농림부에 승인 취소를 요청하는 등 주민들 편에 서왔다. 지난 23일엔 시 대변인 명의의 공식 성명서를 발표해 입점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성명서에서 "사행시설로부터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주민들의 주거환경 안전이 철저히 보호돼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최근 한국 마사회가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이전과 관련해 주민과 교육 관계자들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의 훼손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급기야 학교장 등이 노숙농성에 들어가는 등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런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주변인 동 장소로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교육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주민들, 교육관계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다시 한 번 공감하며, 마사회 역시 이를 깊이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양 측의 갈등은 일단 소강 상태다. 마사회가 당초 설날 이전 개장 계획을 유보하고 주민대책위 측이 요구해 온 대로 다자간 갈등 조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발 물러섰기 때문. 그러나 주민들은 입점 예정지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이 문제가 양측이 구성하는 '다자간 갈등 조정 협의체'를 통해 해소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중고가 반대 측 주민들과 함께 입점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성심여중고는 입점 예정지 건물에서 2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교육 환경 악화 및 학생들의 등하교시 각종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점 등을 들어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 교장인 김율옥 수녀는 지난 23일 박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통해 "교육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입점을 중지하고 철회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성심여중고 측의 반대는 마사회가 다른 곳과 달리 '합법'을 이유로 입점을 강행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측에서도 이 문제에 주목하면서 '갈등 조정을 통한 해결'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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