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년복지연합 '노인들 2차 피해 우려...정부-카드사 대책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어제 자식한테서 전화 왔는데, 은행 개인 정보가 다 유출됐으니 맡긴 돈 있으면 무슨 일 생기기 전에 찾아서 자기한테 맡기라고 한다.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얼마 안 되는 노후 자금, 은행도 못 믿겠고, 찾아서 장롱에다 보관해야 하나? 좋은 방법이 없을까?"최근 노인 복지 문제 전문 시민단체인 (사)한국노년복지연합(한노연) 사무실에 걸려 온 노인들의 상담 전화 내용이다. 지난 17일 NH, 국민, 롯데 등 카드 3사에서 1억300여만 건의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후 불안해진 나머지 한노연에 전화를 걸어 각종 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화는 하루에 수십 통이 넘어 한노연 관계자들이 다른 일을 볼 시간이 없을 정도다. 이와 관련 노정호 한노연 사무총장은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어르신들의 고민과 아픔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며 정부나 금융감독기관ㆍ해당 카드사 등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각별한 대책을 수립해 안심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노 사무총장은 우선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대해 어르신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익숙하지 못하고, 전화 상담을 하려고 해도 각종 용어나 정보에 어둡기 때문에 카드 재발급ㆍ개인정보 변경 등의 과정에서 카드사들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이야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해 척척 개인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한 후 카드 재발급, 암호 변경 등을 통해 혹시나 모를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해 직접 은행, 카드사를 방문해야 하는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사무총장은 "개인 정보 유출 여부를 파악하고 싶어도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도움없이 쉽지 않다"며 "자식들과 상의할 경우 최소한의 노후 자금마저도 들통나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르신들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대량 유출된 개인 정보를 통해 안그래도 기승을 부리던 스미싱, 폰피싱 등 노인 대상 사기가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노 사무총장은 "그동안 공공기관을 사칭한 스미싱(문자)사기, 효도관광 등을 빙자한 빙자사기, 보이스피싱, 불법홍보관 사기, 상조ㆍ장례 관련 사기 등 각종 사기에 시달려 온 어르신들이 그나마 마지막으로 믿고 있던 은행마저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며, 유출된 상세한 내용의 개인 정보를 통한 노인 대상 사기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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