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국력이다' 외친, 박정희 산업정책의 뿌리, 포스코
5년새 영업익 5%대로 추락, 부채총액도 30조원으로 늘어순혈·관료주의서 탈피가 관건…"존경받는 기업 만든다" 신뢰회복에 방점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국민으로 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도록 하겠다." 포스코의 새 수장인 권오준 회장 내정자는 1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포스코 경영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내정자로서 첫 출근길에서 남긴 그의 말에서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이는 포스코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포스코는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1968년 설립,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 역할을 한 국민기업이다.더구나 철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태생적으로 포스코가 국민, 국가 경제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포스코에 관심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스코 설립에 크게 기여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8년 11월12일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철강은 곧 국력이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제철소 건설현장을 13회 방문하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박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친과 포스코의 인연을 소개하며 자신의 포스코에 대한 애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4일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러시아TV 24'와 인터뷰에서 "부친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건설,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했다"며"미래를 준비하시고 발전의 기반을 만드신 것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16일 인도 방문에서 포스코의 현지 제철소 추진과 관련해 지원 사격을 한 것도 포스코에 대한 애정도가 부친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이제 공은 포스코와 권 내정자에게 넘겨졌다. 정치권 외압 없이 내부 출신인 권 내정자가 '포스코호'의 새 수장이 오르는데 성공했다. 포스코맨들이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진 셈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더이상 핑계될 것도 없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의 포스코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실적으로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2009년 초 정준양 회장 취임 후 포스코는 수익성과 재무구조, 신용 등급 등이 모두 급락했다. 정 회장 취임 직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초우량기업 수준이었다. 2008년 매출 41조7420억원, 영업이익 7조173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하지만 5년후인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8%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대로 추락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해온 포스코는 최근 5년 만에 부채 총액이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이 3~4년 연속 포스코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이다. 권 내정자가 17일 출근길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안을 만들겠다. 경영 능력도 닦아나가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에서다.권 내정자는 공식 회장으로 선임되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전 까지 포스코의 개혁, 미래 비전을 미리 구상해야 한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이전 회장 보다 한달 넘게 내정자를 선정해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권 내정자는 위기에 처해 있는 포스코를 글로벌 초유량 기업 반열에 다시 올려세워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권 내정자는 ▲의식 개혁 ▲ 글로벌 경쟁력 강화 ▲비 주력 사업 정리 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무엇보다 순혈주의, 관료주의, 갑(甲) 사고에 젖어 있는 포스코 조직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나 관련 업체들에게 군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또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립, 인도제철소 추진 등 해외 사업도 연착륙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철강 업계 6위인 포스코가 '빅3'에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 성공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아울러 정 회장 취임 이후 71개 까지 늘어난 계열사를 정리해 경쟁력이 있는 사업 구조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내정자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권 내정자가 철강 기술 전문가인 만큼 첨단 철강재 개발로 일본, 유럽 등 경쟁 업체들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가 그간 재무와 현장이라는 포스코 핵심 라인에서 벗어나 있었던 만큼 포스코 조직에 개혁 의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권 내정자가 포스코의 당면 위기를 제대로 파악해 철강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안은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포스코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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