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증권가 구조조정 여파로 2~3인이 의기투합해 '제2의 투자인생'을 꿈꾸는 이들이 여의도 오피스텔 빌딩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부티크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금융회사에 뒤지지 않는 시장분석과 함께 철저한 수익률 관리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티크 신흥 밀집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S트레뉴빌딩(오른쪽 세번째) 등 여의도 고층건물이 줄지어 서있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A씨는 3년전까지만 해도 한 대형증권사 브로커로 근무했다. 당시 장모님 돈 5000만원을 2억까지 불리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보다 투자수익이 더 높아지자 일이 심드렁해졌다. 미련 없이 사표를 쓰고 나왔다. 여의도 더샵아일랜드 파크에 둥지를 틀고 부티크를 시작했다. 삼촌부터 옆집 아저씨까지 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청산가리 먹고 같이 죽자" "집문서 갖고 와라" "감금하겠다"는 등 온갖 협박에 시달렸다. 끝내 A씨는 2012년 12월 부티크 사업을 접었다. ◆부티크, 5년 후 생존률 1%도 안돼= 최근 몇 년 사이 여의도 신흥세력으로 부티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경험 미비로 실패의 쓴맛을 본 이들도 적지 않다. 특별한 운용노하우 없이 뛰어들었다가 제도권과의 경쟁에서 도태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부티크 전문업체 도스포르스(DosFors) 관계자는 "가게를 내면 5년 안에 80%가 넘게 사라진다고들 하는데, 부티크는 그게 더 심하다. 5년 해서 살아남는 부티크는 1%도 채 안된다"고 귀띔했다.투자자를 유치하는 유사자문사형 부티크의 경우 수익률이 떨어지면 신변 위협을 포함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제도권 운용사와 다른 점이다.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이 나빠 고객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오면 판매사와 운용사 마케팅부서의 보호를 받지만 부티크는 그런 '보호막'이 전혀 없다. 부티크를 주제로 한 소설 '돈'을 집필한 전직 부티크 대표 장현도씨는 "돈을 떼인 사람은 절대로 자살을 하지 않고, 돈 굴린 사람에게 가서 화풀이를 하기 마련"이라며 "이는 부티크가 손절매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부티크도 '20% 손실이 나면 투자를 중단하자'는 원칙을 정해두지만, 투자자들이 손실보전을 해달라고 떠미는 경우가 다반사다. '너 실력있으니 이건 단순히 부침일 뿐이야. 20% 커버하고(메꾸고) 플러스(이익) 보자'고 악마처럼 속삭인다. 결국 투자원칙이 무너지고 고객들에게 휘둘리게 된다. 부티크의 주요고객인 고액자산가들 대부분이 높은 수익률을 바란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티크 관계자는 "속된 말로 '쪼무래기'가 아니라 2억 이상 20억 이상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연 10~15% 수익률에 성이 안찬다. 그럴거면 차라리 고위험 채권에 넣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음지에서 버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해, '마이너리그'로 차별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중요 고객을 만나기 위해선 제도권 인맥을 활용해야만 한다. 이는 트레이딩보다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를 담당하는 투자은행(IB)부문의 부티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 부티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에 다니는 지인 소개로 미팅을 가면 부티크인 것을 알고 바로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신뢰가 제일 중요한 IB 일을 이름없는 브랜드로 한다는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