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내수 침체 심각…'물가 올라 못살겠다' 시위 확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소비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해 5월 총선에 승리한 뒤 에너지 보조금 축소, 휘발유 가격 인상, 부동산세 상승, 새로운 상품·서비스세(GST) 도입 등의 조치를 단계별로 취했다. 이와 같은 정책으로 예산적자가 줄고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등의 재정 효과를 봤다. 그러나 생필품 가격 폭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년대비 2.9%로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나라의 물가는 2015년까지 3.3% 오를 것으로 예상돼 7년 연속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필품들의 물가상승률은 두 자리수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설탕가격은 14%나 치솟았고 휘발유 가격은 11% 급등했다.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역시 16.9% 올랐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지난 3·4분기 말레이시아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주식시장의 소비재주는 0.02% 오르는데 그쳐 말레이시아 증시 상승률 5.2%를 크게 밑돌았다. 물가는 급등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말레이시아고용주협회(MEF)에 따르면 올해 말레이시아 민간 기업들의 임금 및 보너스 상승률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말레이시아 투자은행인 메이뱅크의 수하이미 리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정체된 임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며 "성장둔화에 신경 쓰고 있는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가 3.5%까지 오르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내수 침체는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인 메르데카 여론조사센터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민들 중 절반은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치솟는 물가와 나아지지 않는 주머니 사정,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부진 등이 이유로 꼽혔다. 최근에는 부동산세 상승에 항의하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르 시청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4000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도심에서 열리던 새해 축하 행사를 중지하고 생필품 가격 정상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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