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장단 회의, 귀를 연 60分…'一流리더십'의 영혼을 채운 시간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경영 회의, 창의적 시간으로 진화…올해만 총 44차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매주 수요일 아침 8시, 삼성그룹 사장단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모인다.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과 미래전략실 팀장 등 50여명의 사장단은 외부 인사를 초청, 강연을 들은 뒤 현안을 논의한다. 11일 현재까지 휴가철 등을 제외하고 올해는 43번 열렸다. 다음 주 수요일을 포함하면 총 44회다. 마지막주 수요일은 크리스마스여서 쉰다. '별 중의 별'로 불리는 사장단회의의 강연은 삼성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부사장 등에게 대리 참석을 맡길 수도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주 수요일 50여명의 주요 사장단 참석, 대리 참석 불가=수요사장단회의의 기원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매주 사장단들이 모여 그룹 현안을 처리하곤 했지만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의사결정을 하는 대신 그룹 내 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로 바뀌었다. 교양 강의가 수요사장단회의의 주인공이 된 것도 그때부터다. 강사는 미래전략실 전략 1팀에서 선정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부 기업인을 초빙할 때도 있고 언론인을 초빙해 강연을 들을 때도 있다. 전략 1팀에서 사장단들과 함께 공유해야 할 책이 있을 때는 해당 저자를 초청하기도 한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 1월9일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초빙해 '2013년 대한민국 어젠다'를 주제로 강연을 청취하며 올해 첫 수요사장단 회의를 시작했다. 신년하례회와 사장단들의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곤 매주 열렸다. 수요사장단회의에선 외부 인사를 초청해 교양, 역사, 국제, 경영, 건강, 기술 등에 대한 강의를 약 40분 정도 듣는다. 나머지 20분 동안은 사장단들이 그룹 현안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을 진행한다. ◆경영ㆍ교양ㆍ국제 등 다양한 주제 섭렵=삼성그룹 사장단은 총 44차례의 올해 강연 중 15차례에 걸쳐 경영과 관련된 주제를 청취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문화, 사회 문제 등 교양으로 총 9번이 진행됐다. 경영진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해 7번에 걸친 국제 관련 강연이 있었고, 역사 속에서 경영의 지혜를 찾기 위한 역사 관련 강연이 5차례에 달했다. 환경 등 사내 문제와 관련해선 총 3차례의 강연이 열렸다. 격무에 시달리는 사장단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건강 문제와 관련한 강연 2차례, 신기술 관련 강연이 3번 있었다. 올해 진행된 강연 주제를 살펴보면 크게 국제, 환경, 리더십, 건강 등이 주를 이뤘다. ◆중국ㆍ일본ㆍ미국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 높여=중국은 올해 상반기 수요사장단회의 강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월 김영수 전 원불교대학 교수를 초빙해 '사기(史記)와 중국'에 대한 강의를 들은 사장단들은 2월 이영조 경희대 교수의 '미·중·일 새 정부의 주요 정책 전망'과 김원중 건양대 교수의 '한비자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청취했다. 3월에도 김성곤 방통대 교수를 초청해 '금시조(金翅鳥), 바다를 가르다'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김영수 전 원불교대학 교수는 "중국을 알려면 사기를 봐야 하고 모든 중국은 사기 안에 담겨 있다"면서 "사기에는 경제와 관련된 평준서와 화식열전이 있는데 사마천의 경제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반기에는 우경화와 경제 대국 부활을 꿈꾸고 있는 일본과 양적완화를 추진 중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정세에 대해 공부했다. 7월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진행한 '저성장기의 경영전략', 8월 진행된 박철희 서울대 교수의 '일본 정책 전망', 9월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의 '일본 전자산업 동향', 같은 달 진행된 장승화 서울대 교수의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 동향' 등이 그것이다. 정기영 소장이 진행한 '일본 전자산업 동향'에선 삼성전자 경쟁사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이어졌다.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품 등 원천기술을 대거 확보한 일본이 빠른 속도로 전자 업계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강연이었다. 당시 삼성그룹 측은 "경쟁사에 관한 얘기가 많아 관련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리더십ㆍ에티켓 강좌부터, 치매 예방 건강법까지=최고경영자(CEO)들의 리더십과 교양에 대한 강연도 인기였다. 서대원 전 유엔(UN) 차석대사는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주제로 강연하며 삼성그룹 사장단에게 외교관 시절 몸소 익힌 글로벌 매너와 에티켓 등을 소개했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 갖춰야 할 옷차림에 대해 "오버 드레스는 괜찮지만 언더 드레스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드레스 코드 기준보다 예의를 갖춘 옷차림은 괜찮지만 넥타이 착용을 요구했는데 착용하지 않는다면 큰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지난 10월에는 지휘자 서희태씨가 '마에스트로 리더십'에 대해 강연했다. 수많은 연주자를 하나로 이끌어야 하는 지휘자가 터득한 리더십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서씨는 강연이 끝난 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기업의 CEO는 소통과 리더십을 통해 단원과 직원들을 각각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면서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실장 등 주요 경영진이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말한 바 있다.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7월과 8월에는 CEO들의 건강을 고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초빙했다. 그는 'CEO의 뇌 건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뇌 건강을 위해선 '진인사대천명고'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의 '진인사대천명고'는 ▲진흙 땀나게 운동해라 ▲인정사정없이 운동해라 ▲사회활동을 좋은 사람들과 많이 해라 ▲대뇌활동을 활발하게 해라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아라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해라 ▲고혈압 고지혈증을 없애라는 의미다. ◆세계적인 석학, 재벌저격수도 강연 맡아=10년 전 우리나라를 향해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삼성, LG, 현대 등이 더 유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던 케빈 켈러 다트머스 대학 교수도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6월 켈러 교수는 '세계적인 수준의 브랜드 만들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삼성은 1990년대 소니, 지금은 애플과 비교되지만 앞으로는 BMW, 벤츠 등 더 강한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면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해 삼성그룹 사장단에게 숙제를 남겼다. 삼성에 비판적인 인사들도 초청했다. 지난 7월17일 '경제민주화와 삼성'을 주제로 강연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가 그 주인공이다. 김 교수는 강연 직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라며 "삼성이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평가에 명암이 갈리는 것은 소통 부족 때문으로 열린 공간에 나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도 있었다. 지난 1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연초 화제가 된 빅데이터를 주제로 '마이닝 마인즈, 빅데이터-욕망을 잃다' 강연을 진행한 데 이어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의 이석우 사장이 '카카오의 서비스 전략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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