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GSㆍ코오롱 등 주요 그룹의 연례 사장단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일부 자동차의 결함에 책임을 물어 지난달 연구개발본부 사장을 경질한 것으로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SK는 실적부진과 총수 공백이란 악재를 딛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연말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이 약진한 것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자업종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인물 7명이 계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1970~1980년대에는 제일모직이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형 CEO는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요 기업들이 연말에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간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반영함은 물론 다가오는 새해 경영계획을 새로운 경영진이 의욕을 갖고 짜도록 하자는 데 있다. 새롭게 짜인 기업의 경영진은 무엇보다 투자 확대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핑계로 투자를 망설여선 기업의 미래도 불확실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대기업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면서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의 현금ㆍ예금ㆍ유가증권 등 유동자산은 지난 9월 말 현재 252조원으로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2011년 9월 말보다 14.8% 늘었다. 이는 국내 500대 기업 중 30대 그룹에 속한 155개사의 올 3분기까지 투자실적이 약 6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어든 것으로 입증된다(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 분석). 새로운 경영진 앞에 놓인 여건이 그리 호락하진 않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원고엔저라는 환율 변수도 뚫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데 정치권은 정쟁에 함몰돼 있다.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게 능력 있는 CEO의 갈 길이다.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신임 CEO의 몫이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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