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야’ 홍지영 감독 “현장에선 배우들과 연애하는 기분”(인터뷰)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홍지영 감독이 ‘결혼전야’로 일을 냈다. 개봉 6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인기를 입증한 것. 이 영화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결혼식 7일 전, 생애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4커플의 파란만장한 메리지 블루(결혼 전 우울증)를 그리고 있다. ‘결혼전야’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혼했거나, 혹은 결혼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모든 남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무엇보다 남자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빛났다. ‘거친 남자’ 마동석의 색다른 변신과 김강우의 ‘찌질남’ 연기가 관객들의 배꼽을 쥐게 했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홍지영 감독은 배우에게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끌어낼 때 희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다른 감독이 너무 잘 만들어준 배우는 관심이 없어요.(웃음) 다른 사람이 안 한 걸 하고 싶거든요. 강우씨가 찌질해 지고, 동석씨가 거칠지 않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배우의 이미지가 센 면을 ‘재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홍지영 감독은 마동석과 동갑이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요즘 영화는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둘로 나뉜다”며 웃어보였다. 감독은 “내가 변신을 시킨 게 아니라 마동석씨의 새로운 지점을 운 좋게 처음 꺼냈다”며 겸손을 표했다.
사실 처음부터 ‘결혼전야’에서 주지훈과 마동석은 정해진 자리였다. 두 사람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기획했다. 주지훈은 홍지영 감독의 전작인 ‘키친’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기에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다. 경수 역에 딱이라 생각했고, 그 또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주지훈과 상대역에는 이연희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이연희와 결혼을 앞둔 쉐프 역에는 2PM 멤버 옥택연이 나섰다. 옥택연은 ‘결혼전야’를 통해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찌 보면 감독에게는 ‘모험’일 수 있는 일.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연희가 연기력 논란이 많았지만 영화에서는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연기가 모자랐다면 그것은 감독 연출의 문제거든요. 내게 그런 책임이 떨어지면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현재 이연희씨 나이가 스물여섯인데 딱 맞은 옷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 그녀가 고전적인 얼굴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택연은 영화가 처음인데 가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봐요. 이번이 처음이고 가수와 연기자를 오가면서 점점 더 어딘가에 비중을 두겠죠. 저는 배우로서의 자질 리스트에는 무엇보다 성실함과 집중력, 흡입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택연은 뭔가 주어졌을 때 만드는 속도가 ‘점프’에요. 대단한 재능이죠.”
실제로 옥택연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결혼전야’에서는 몇 회 차밖에 촬영을 못했다. 극중 원철의 레스토랑 장면은 이틀 동안 찍고 완성됐다. 쉽지 않은 감정이고, 제주도에서 돌아왔을 때의 신은 특히 어려운 장면이었다. 홍지영 감독은 그 장면에 가장 공을 들였고 아주 좋아하는 신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옥택연, 이연희와 두 시간동안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촬영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영화에서는 외국인 배우 구잘의 활약도 컸다. 처음 ‘미녀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린 구잘에 대해 감독 역시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 홍지영 감독은 “내가 듣기로는 예쁘고, 그 방송의 유일한 (법적)처녀라더라”며 웃어보였다. 초고 시나리오에서 이 역할은 금발의 미녀 제시카였다. 하지만 우즈벡 출신 미녀로 설정이 바뀌면서 이름 역시 비카로 변경됐다.“많이 만나봤는데 마땅한 외국인 배우가 너무 없었어요.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설정인데 연기를 어눌하게 하면 안 되니까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구잘은 한국에 온지 9년 됐고 귀화 신청도 했으니 너무나 한국에 대해 잘 알죠. 구잘을 캐스팅하면서 단발머리에 파란 눈을 만들어서 페르시안 미녀로 가자고 결정했어요.”극중 구잘은 ‘꽃집 총각’ 마동석과 결혼을 앞둔 어리고 예쁜 외국인 예비신부로 등장한다. 함께 출연하는 김효진, 고준희 등에 비해 월등한 몸매를 지녀야 하는 설정. 하지만 두 사람이 키가 크고 모델 출신인 만큼 구잘의 걱정도 많았다고.
“구잘은 굉장히 겸손해요. 촬영 당시에도 시나리오상 글래머인데 본인은 글래머가 아니라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다들 키도 자기보다 크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카메라 구도 등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죠. 재밌는 건 사석에서 술을 마시러 갔는데, 한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안 마시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됐죠.”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애정 어린 미소를 보이던 홍지영 감독. 그는 “마치 영화를 찍을 때마다 배우와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잘생기고 예쁘게 찍으려는 게 아니라 배우들을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다.“마동석이나 이희준이 보편적인 훈남은 아니죠. 그러나 영화에서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런 면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 배우들은 다 착하고 연기도 잘하고 무엇보다 열정이 넘쳤어요. 특히 이희준씨는 얼마나 노력파인지 몰라요. 감독인 제가 봐도 대단할 정도에요. 영화를 보고나서 배우들이 서로의 커플을 향해 ‘너네 너무 재밌더라’고 얘길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유독 얼굴이 하얗던 얌전한 소녀. 철학을 전공하다가 영화에 매료됐고, 영화감독 남편을 만나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홍지영 감독의 열정과 애정이 잔뜩 묻어난 ‘결혼전야’가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사진=송재원 기자 sun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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