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도련님 소리 듣고 자랐을 것 같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유년시절은 맵고 짰다. 명문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재무부 주요 보직을 거쳐 차관까지 승승장구한 다음 대표적인 금융그룹 수장이 됐다는 건 결과의 나열이다. 강원도 영월 출신인 임 회장은 교사였던 아버지가 광산 사업에 손댔다 실패하면서 서울 달동네로 옮겨왔다. 어린 시절 봉천동에서 친척집을 전전했고, 후배들의 모금에 입주과외까지 하면서 간신히 중학교를 마쳤다. 고학으로 경기고를 졸업했고, 대학갈 땐 학비가 제일 싼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일부러' 선택했다. 서울대 상대와 법대가 주름잡는 경제부처에서 사범대 출신은 외로웠다. 경제협력국장에서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땐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매뉴얼을 만들었고, 한ㆍ싱가포르 FTA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국가훈장 홍조근정을 받은 뒤 2005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차관보와 재경부 제2차관을 지냈다. 삶의 순간순간이 도전이었지만, 임 회장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며 "어디에서든 주인의식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내 자리"라고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원동력이다. 학비때문에 국어교육과에 갔지만, 거기서 한 살 연상 과 동기였던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팍팍한 유년시절엔 인내와 갈등 조정 능력을 배웠다고 했다. 양가의 극심한 반대 속에 결혼할 땐 요즘 유행하는 '주례없는 결혼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금도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선물할 만큼 부인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미간에 주름도 만들지 않으면서 파고를 헤쳐온 임 회장은 늘 마지막에 웃었다. 2010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취임한 뒤엔 교보생명과의 지분 교환, 자사주 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두고 어윤대 전 회장과 번번이 부딪쳤지만, 결국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해 올해 7월 KB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강원도 영월 ▲경기고,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미 벤더빌트대(경제학 석사) ▲행시20회 ▲재무부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 ▲경제협력국장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2차관 ▲KB금융지주 사장 ▲현(現) KB금융지주 회장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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