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슈퍼맘 강박감 버려라, '반쪽맘'이 더 멋지다

-성공여성을 위한 7대 열쇳말-中-워킹맘은 슈퍼우먼이 아니다…가족과 집안일·육아 분담을-폭넓은 男인맥 부러워 말고 나만의 인적 지도 그려라[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이은정 기자, 이지은 기자, 조슬기나 기자, 이승종 기자, 박혜정 기자]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맞닥뜨리는 난관의 뿌리를 찾아가면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일과 가정을 모두 돌봐야 하는 워킹맘은 여성이기에 피할 수 없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일이냐, 가정이냐 중 하나를 택하길 강요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 진출 역사는 상당히 짧고, 여성 리더들은 필연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의 벽에 부딪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환경 탓만 하고 앉아있을 수도 없다. 열악한 환경 아래서도 난관을 극복해낸 선배들을 등불 삼아보자. 이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의 균형점을 찾았고 스스로를 얼마나 채찍질했는지 귀 기울여 듣는다면, 답을 찾기 한결 쉬울 것이다. ◆가정= 이 땅의 모든 '워킹맘'들은 '나쁜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일 때문에 자녀를 돌보지 못한 엄마는 사회에 나가서도 결코 마음 편히 일하지 못한다. 지난 2009년 9월15일 지하철 무가지 1면에 실린 한 티저광고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워킹맘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침마다 이별하는 여자, 나는 나쁜 여자입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까. 불행하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종일반이 있어 아이를 하루 종일 맡길 수 있는 유치원까지만 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워킹맘들은 엄청난 도전을 받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마땅히 돌봐줄 곳이 없다. 방과 후 돌봄교실 제도가 수용할 수 있는 아이 인원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 결국 여러 학원을 '뺑뺑이' 시키는 길 밖에는 남는 게 없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CEO의 역할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은 종종 충돌한다.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들려준 한 여성 창업자의 일화가 그렇다. 창업보육센터 입주 면접을 보러온 이 여성 창업자는 한 팔에 갓난아이를 안고 왔다. 이 회장을 포함한 면접관들이 깜짝 놀랄 일이었다. 이 회장은 "지원 기회는 놓칠 수 없고 아이도 포기할 수 없어서 궁여지책을 냈지만 보기에 참 딱해 보였다"며 "CEO들은 일반적으로 육아 의무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그들도 고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실시한 경기도민 여성가족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약 80%는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성별에 따라 어려움을 느끼는 영역이 달랐다. 남성 가구주는 가정 영역의 어려움(37.9%)보다 직장 영역의 어려움(42.2%)이 더 컸다. 반면 여성 가구주는 가정 영역의 어려움(42.9%)을 더욱 크게 느꼈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가정 영역에서의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일과 가정에서 모두 잘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자신의 책 <린 인>에서 남편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샌드버그는 '문지기 행동'을 보이는 아내가 가사 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협력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아내보다 주당 5시간 많다는 것을 일깨운다. 남편이 가사 일을 어설프게 분담하려고 할 때 보다 못한 여성이 나서 "저리 비켜요, 내가 할게요!"라며 가로채면, 처음에는 분담되던 가사 일이 어느새 아내 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가 문지기처럼 행동해서 육아 책임을 맡기기 주저하거나 남편의 노력을 비판한다면 남편이 하는 부모 역할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며 "남편이 손수 하겠다고 나서면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트럼프 그룹의 CEO를 지낸 캐롤린 캡처도 저서 <여자성공법칙 101>에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직장에 다니려는 여성들은 반드시 배우자를 신중히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CEO들이 '트로피 남편'을 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포천지가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CEO 50명의 남편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바쁜 아내 대신 가사를 도맡고 있었다. 휴렛패커드(HP)의 최초 여성 경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남편 프랑크 피오리나는 AT&A 법인담당 부사장직을 내놓고 가사를 도맡았다. 그는 명함에 '칼리 피오리나의 외조자'라고 새기기까지 했다.  이는 외국에 국한된 사례만은 아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역시 남편과 가족들이 '동반자'를 자처해 성공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남편과 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하며 믿어주고 동반자를 자처했다"며 "직원들에게도 가족과 스킨십을 많이 하라고 권하고 수요일 야근 금지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녹차 테마파크를 설립한 박영순 다희연 회장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녀 양육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박 회장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일 모두 완벽히 해낼 수 있다면 모를까,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며 "어머님의 도움 덕분에 자녀 양육도 가능했다"고 했다.  
◆인맥=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린다 힐 교수는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인맥을 관리하고 ▲팀을 관리하는 것을 리더십의 3대 원칙으로 꼽았다. 스스로 최고가 되고 내가 속한 조직을 최고로 이끄는 것 만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충고다. 특히 여성 리더들은 사회 진출의 역사가 짧아 인적 네트워크가 열악하다. 나와 내 조직의 경쟁력은 물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인맥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이 인맥을 구성하는 방식은 남성들에 비해 소극적이고 간접적이며 개인적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올해 1월 발간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여성이 사회 경쟁에서 뒤지는 6가지 원인 중 하나로 '네트워크 패러독스'를 꼽았다. 남성 리더가 인맥을 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반면 여성은 '사교'에 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32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2012년),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남성은 '술자리'(65.7%)를 가장 선호한 반면 여성은 '문자 메시지'(62%)를 주로 이용했다. 방법론에서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여성의 방식이 효율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닌 '깊은 인연'을 구축하는 일이라면 여성 스스로 네트워크의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BNI 창설자 이반 미스너와 BNI 캐나다 설립자 돈 모건도 <휴먼 네트워킹: Masters of Networking>(2000년)에서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맨처럼 직접 사람들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맥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다음 질문은 어떻게 하면 성장과 발전을 보장할 인맥을 구축하느냐다. 일례로 멀리 내다보는 혜안, 시장의 흐름을 관통하는 감각을 갖춘 이들을 인맥 지도에 넣는다면 일단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맥 관리를 할 때 '인적 네트워크는 무한대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로빈 던바 교수가 정립한 '던바수'라는 게 있다. 사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숫자는 150명이 한계고, 그 이상은 형식적인 만남일 뿐이라는 것이다. 150명에 대해서도 던바 교수는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대는 50명, 좋은 친구는 15명, 가장 친한 친구는 5명까지 가능하다고 세분화했다. 따라서 한정된 관계를 누구로 채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인맥 지도에 넣은 이들이 혼자 고립된 섬처럼 있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면, 문제가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반대로 '나는 인맥 지도상에 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수많은 인맥 관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진리는 "나의 가치를 높여야 좋은 인맥이 형성된다"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내 자신부터 '사귀고 싶은' 대상이 돼야 한다. 관계의 평등성, 지속 가능성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일 때 가능하다. 결국 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스쳐 지나갈 법한 인연을 놓치지 않고 인맥 지도에 담았다. 김양미 베스트비즈·와우몰 대표는 '김 오지랖'이라는 별명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치를 찾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인맥 지도는 서로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특별취재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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