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강국 씨 말리는 '정치게임'의 비극자율규제 맡기고, 등급 매겨 간접적인 제어…아동 포르노엔 강력 대처한국은 '저급문화', '중독' 시각으로 접근…때리기로 산업 약화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중독법' 발의에서 비롯된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다. 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론도 적지 않다. 게임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다. 자율 규제에 초점을 두고 게임에 등급을 매기는 정도의 규제만 두고 있는 미국·유럽·일본 등 게임선진국과 비교하면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게임 때리기가 기성세대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만큼 '게임이 문제'라는 식의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사회악'에서 비롯된 게임 규제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유럽·일본 등 게임 선진국들의 규제 모습은 어떨까. ◆주요국에서는 게임 겨냥한 규제 없어미국과 유럽, 일본은 자율 규제를 강조한다. 게임산업을 타깃으로 한 법률적 규제장치가 없다. 한국에서처럼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도 않는다. 규제라고 하면 등급 분류를 위한 게임 심의가 전부다. 게임을 TV나 영화같은 문화 콘텐츠로 취급하고 심의하는 등급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주체가 정부가 아닌 업계에서 설립한 기관이다. 미국은 민간협회인 미국게임등급위원회(ESRB), 유럽은 유럽권역 민간 심의기구인 PEGI, 일본은 게임회사 협회인 CERO다. 이 또한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 반드시 등급을 받아야 하는 법적인 의무는 없다. 국내 규제는 게임사들의 게임 자체를 문제 삼는데 반해 이들 기관은 소비자들이 올바른 정보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아동 포르노물에 대해서만 강력히 제재한다. PEGI나 CERO는 폭력, 범죄, 성적 모사 등에 대한 규제 조항을 두고 있다. 금지표현 규정에 따르면 '극단적인 출혈묘사', '대량살인', '폭행표현', '성행위 및 성행위와 관련된 포옹, 애무 등의 표현'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규제 방식도 간단하다. 미국의 게임물 등급 분류 표시는 7가지로 콘텐츠에 대한 연령 한계를 설정한다. 폭행이나 노출, 나치와 같은 역사적 상황 등 윤리적 이슈에 관해서만 제재를 가한다. 국내 정부가 플랫폼, 게임방식, 콘텐츠 등 전방위적 규제를 가하는 것과 대비된다. 산업진흥 측면에서도 한국과는 딴판이다. 미국 정부는 게임을 정책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교육 등 정책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보건당국은 모바일 게임 '플래이그' 게임을 통해 전염병 관련 정보를 게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용자 접근성이 높은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해 공공보건에 적대적인 게임을 오히려 대국민 홍보 수단으로 전환한 것이다. 게임을 통해 학습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하는 미국의 스템(STEM) 정책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스템은 비디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취의식을 높여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을 저급문화로 보는 기성세대의 편견이 문제유럽은 정부 예산과 다양한 경로로 발전하는 유럽의 게임진흥 정책을 두고 있다. 스웨덴은 기능성게임 석사과정을 개설했으며 독일은 기능성게임 어워드(시상식)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게임 개발사들은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아 보건과 의료, 직업훈련 등 다양한 분야의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게임을 유년기 지능 발달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키즈게임' 산업이 발달됐다. 이들 기능성 게임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마우스 클릭을 통해 목표물 맞추는 게임인 '코코의 어드벤처'나 두 개의 그림을 놓고 차이점을 찾아내는 '차이를 잡아라', '드림 피쉬 키즈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시장의 잇따른 게임 규제는 정부 인사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게임을 경험해보지 않은 기성세대들이 게임을 저급문화로 인식하는 데 따른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쉽게 만들고 쉽게 돈을 버는 산업으로 생각한다"며 "지난해 국내 게임사들이 벌어들인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은 나머지 한류 관련 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치의 5.7배가 되는 총 6억8000만달러(7700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게임 중독을 가정에서 통제해야 할 '양육의 문제'로 인식한다. 미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미국게임등급위원회(ESRB) 패트리샤 반스 의장은 "미국의 학부모들은 게임중독을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일부 게임중독을 의학적인 중독으로 다루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긴 하지만 주류 학계에서 다루는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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