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빵의 모든 것' 보여준 대축제…'동네빵집 홍보는 미흡'

대기업 빵집에 밀리지 않는 가능성 보여줘

동네빵집관은 50% 할인행사로 눈을 끌었지만, 정작 각 동네빵집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빵·과자 관련 상품이 이렇게 많은 줄 오늘 처음 알고 가네요. 맛있는 빵 많이 먹고 가요. 그런데 동네빵집 코너가 좀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워요."커다란 기계 믹서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며 밀가루반죽을 치대고, 작은 절단기가 다 된 반죽을 조금씩 잘라내 동글게 빚었다. 기계의 끝에서는 반죽에 앙금을 넣은 작은 과자가 하나씩 떨어져 나와 수북이 쌓인다. 지나가던 관람객들의 눈이 신기한 듯 기계에 쏠렸고,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내밀어 막 구워진 과자를 집어들었다. 9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빵과자페스티벌(Seoul International Bakery Festival)은 그야말로 국내 빵·과자 업계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큰 행사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과점 매장 크기만한 빵·과자 제조기계들이 일제히 돌아가며 빵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토탈베이커리, 대흥제과제빵기계 등 업소용 대형 기계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제빵사들이 직접 밀가루를 치대며 빵 반죽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며 손님들의 눈을 끌기도 했다.

행사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의 참관객들이 주를 이뤘다. 빵·과자업계의 동향을 알기 위해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부스에서 나눠주는 무료 빵 시식코너나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하는 '빵·쿠키 만들기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기설 월간베이커리 편집장은 "주중에는 업계 관계자들만 행사장을 찾아 다소 한산했는데,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날 행사는 빵·과자 업계 관계자를 위한 행사였다. 빵·과자 대량생산을 위한 전문기계 업체와 팥·잼·말린과일·색소·치즈·생지 등 빵 재료를 파는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베이커리에서 커피와 음료를 같이 파는 트렌드를 노려 에스프레소 기기 등 음료 제조기기 업체들도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 한 쪽에는 베이커리용 음악 CD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체까지 있었다. 고구맘, 핸즈굿 쿠키 등 창업자들을 위한 제과제빵 브랜드들도 참가했지만 일부에 그쳤다. 참가업체들은 최근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탈로 인해 제과제빵 업계가 수세에 몰렸지만,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빵 반죽 첨가물을 만드는 '미엘'의 한호성 부장은 "최근 몇 년 새 대기업 빵집들로 인해 업계가 침체됐지만, 제과제빵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업계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땅콩버터 업체인 스윗탑의 최영규 이사도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럴수록 신선한 재료와 뛰어난 맛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동네빵집에 대한 홍보 효과는 미지수였다. 행사장 한 쪽에 '동네빵집관'이 마련돼 빵을 50%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지만, 빵을 사는 소비자들은 어느 지역의 동네빵집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탕과자 공예 전시관과 맞붙어 있어 주목도도 낮았다. 이날 동네빵집관 행사에 참가한 부산 지역의 장현섭 쉐프장 과자점 대표는 "'동네빵집도 이런 행사를 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참가했다"며 "홍보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회사원 문은정(28)씨는 "어느 지역의 동네빵집에서 이번 행사를 도왔는지조차 모르고 빵을 샀다"며 "동네빵집 비중이 기대했던 것보다 작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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