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애플에 스타 최고경영자(CEO) 엔젤라 아렌츠를 빼앗긴 영국 패션업체 버버리의 선택은 40세가 좀 넘는 디자이너다.세계 최고 가치의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이 버버리 CEO를 영입한 것은 화제다. 하지만 후임자가 버버리의 탈바꿈을 주도한 핵심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베일리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ㆍ42ㆍ사진)라는 것은 패션계에 또 다른 뉴스거리다.베일리는 잉글랜드 주재 유통업체 막스앤스펜서에서 일하는 쇼윈도 장식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왕립 예술학교 재학 중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눈에 띈 그는 1994년 졸업과 함께 패션업체 도나카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까지 도나카란에서 일한 그는 이후 구치로 옮겨 경력을 쌓았다.베일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버버리에 합류한 것은 2001년이다. 이때부터 그의 창조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베일리는 아렌츠와 함께 도나카란에서 일한 바 있다. 버버리에 합류한 그는 트렌치 코트와 체크무늬로 잘 알려진 버버리의 케케묵은 이미지를 걷어냈다. 그는 아렌츠와 함께 명성에 금이 갔던 버버리를 반석 위로 다시 올려놓았다. 패션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그의 패션쇼에 참석할 정도로 위상도 높아졌다.베일리가 버버리로 옮긴 뒤 디자인해 선보인 '버버리 프로섬'은 초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영국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느낌까지 잘 살렸다는 평이 쏟아졌다. 자연스럽게 버버리는 세계 패션업계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세계의 젊은이들도 버버리의 새로운 옷에 열광했다. 버버리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지난달 런던에서 진행된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패션쇼는 또 다른 화제가 됐다. 버버리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폰5s로 패션쇼를 촬영해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구글이 구글글래스를 패션쇼의 한 요소로 부각시킨 데 이어 버버리는 아이폰을 패션쇼로 끌어들여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까지 제공한 것이다.이에 대해 베일리는 "아름다운 제품을 창조하고 기술로 감성을 자극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아렌츠와 베일리는 도나카란 시절부터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인정 받은 아렌츠가 이별을 고한 지금 베일리도 독립해야 한다. 베일리는 경영인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다. 아렌츠의 사임 발표 이후 버버리 주가가 8% 하락했다는 것은 시장이 버버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베일리가 이미 디지이너의 영역 너머 버버리 전반에 미쳐온 영향력을 감안하면 CEO 자질이 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는 지금도 버버리의 광고, 아트 디렉션, 매장 구성, 디자인 등 전반적인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매력 넘치는 세계적인 모델들과 손잡고 일하는 베일리는 사실 동성애자다. 구치 근무 시절 미우미우의 디자이너와 연인 관계였지만 그를 암으로 빼앗기는 아픔도 맛봤다. 베일리는 영화 '오만과 편견'에 출연한 배우 사이먼 우즈와 올해 초 동성 결혼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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