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채권지수, 기존 3社외 신생社도 오류투성이

'편입종목 2만여개 검증 역부족' 6년간 받아쓴 국민연금 하소연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내 대형 연기금들에 제공된 채권평가사들의 채권 벤치마크 지수가 모두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마저 채권평가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18일 국민연금과 채권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2월부터 채권평가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자산평가, NICE피앤아이, KIS채권평가 등 기존 3사는 물론 올해 새롭게 선정된 에프앤자산평가에서도 지수 오류가 발견됐다.  기존 3사의 오류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연금은 채권 벤치마크 지수를 개편했고, 이후 기존 3사의 평균 채권지수를 벤치마크로 사용해 왔다. 채권평가사들은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 종목들을 지수에 편입하고, 이를 국민연금에 제공해 왔다. 벤치마크는 국민연금의 직접 및 위탁운용 실적평가, 성과급 지급 기준, 중기자산배분, 환헤지정책, 목표초과수익률 등에 쓰인다.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말 기존 3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다. 국민연금은 채권평가사 선정위원회를 거쳐 올 초 KIS채권평가, NICE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를 새로운 채권평가사로 선정했다. 에프앤자산평가는 지난 2011년 설립된 신생 업체다. 국민연금은 기존 3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 한국자산평가 대신 에프앤자산평가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경험이 적은 에프앤자산평가가 채권지수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에프앤자산평가는 물론 다른 2개사의 지수 오류를 발견했다. KIS채권평가와 에프앤자산평가는 21개 부문에서 오류가 나왔고, NICE피앤아이는 대부분 항목이 잘못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계약한 3사의 오류를 확인한 국민연금은 지난해까지 계약했던 한국자산평가의 채권지수도 점검했고, 여기서도 문제점을 찾아냈다. 한국자산평가는 그동안 국고채 20년물을 채권지수에서 누락해 오다가 지난해 말에야 문제점을 발견하고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자산평가는 문제 발생 사실을 국민연금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채권평가사의 도덕적 해이'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채권 벤치마크 지수는 국민연금의 채권 위탁운용사를 평가할 때도 쓰였다. 국민연금의 위탁펀드 평가사는 KBP펀드평가인데,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한국자산평가의 자회사였다. 모기업이 만든 엉터리 지수를 자회사가 받아 국민연금 채권 위탁펀드를 평가할 때 사용한 것이다. KBP펀드평가는 내년까지 국민연금 위탁펀드를 평가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위탁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동양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ING자산운용 등 모두 18개사다.  업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마저도 채권평가사의 오류를 6년 동안 발견하지 못한 점에 놀라고 있다. 전 세계 4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직만 140여명에 달하는데, 운용 부문에서는 최고 전문가들로 꼽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권지수 편입종목은 2만여개로, 이 중 일부 종목의 누락을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채권 벤치마크 수익률의 이상여부, 데이터 송수신 오류 검증 등을 실행해 왔지만 역부족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채권지수의 오류재발 방지를 위해 채권평가사에 대응방안을 요구했고, 관련 프로세스를 시행 중이다. 국민연금 리스크관리실은 "채권평가사에 벤치마크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토록 했다"며 "각 평가사별로 상이한 지수편입 세부기준을 재정비하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7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406조원이고 이 중 국내채권에 237조원이 투자되고 있다. 국내채권 위탁운용 규모는 25조원가량이다.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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