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분문답'하려고 기업인 줄세웠나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15일 오후 1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은 흡사 CEO 오찬 간담회와도 같았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비롯해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박기홍 포스코 사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등 CEO 19명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부른 국회의원들은 오후 2시로 예정된 국정감사 시간을 15분 지난 뒤에야 하나둘씩 국감장에 도착했다. 과거에 반복됐던 이같은 모습은 국감이 시작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상대로였다. CEO들의 답변은 채 1분이 넘지 않았다. "잠깐 한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라고 CEO들은 입을 열었지만 의원들은 "지금 시간이 없다"며 말을 자르기 일쑤였다. 약속을 받아내기 급급했다. 서릿발같은 의원들의 호통에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와 박재구 CU 대표는 이날 "올해 연말까지 대리점주와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해프닝도 여전했다. 증인으로 나온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회 헛다리 짚기의 희생양이다. 당초 수입차 업계의 담합 관행을 따지려 한성자동차 관계자를 불러야 했는데 자동차 사업과 관련이 없는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잘못 부른 것이다. 결국 임 대표는 3시간동안 기다렸다 "한성인베스트먼트와 한성자동차가 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고 자동차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마디 한 뒤 자리를 떴다.이날 김정훈 정무위원장이 "대기 시간을 위해 증인 신문부터 해달라"고 여러차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CEO들은 반나절동안 꼬박 국감장을 지켰다. "시정하겠습니다", "조치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대답을 위해서였다. 반면에 오후 내내 국정감사장을 지킨 의원들은 찾기 힘들었다. 자신의 질의만 끝나면 회의장을 나가기 급급했다. 정무위원은 24명. 이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서 시간에 따라 증인이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상황도 빚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국회 관계자 역시 "오후로 증인 출석을 조정한 올해 국감의 풍경 역시 달라진게 없다"면서 "도대체 기업 감사인지 국정 감사인지, 누구를 위한 감사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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