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조선의 마지막 두 임금 고종과 순종이 문방사우를 구입했다는 최초의 필방인 '구하산방', 평안북도 정주군 납청읍 특산인 방짜유기를 3대째 이어 만들고 있는 '납청놋전', 하회탈과 본산대탈 등 탈의 옛 모습을 그대로 손수 재현한 작품을 파는 '탈방', 60년 세월을 고서화 복원과 표구에만 매진해온 '표구사'.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명가들이다.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중국물건들이 넘쳐난다고 뭇매를 맞고 있는 인사동이라지만, 이 동네만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최근 열린 '인사전통문화축제'에서 이곳을 수십년째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인사동을 놀이와 흥미 위주의 거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전통문화의 거리'로 만들어보자. 오래된 가게들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을 소개하는 '인사동전통명가전' 책자에는 고미술, 공예품, 표구사, 필방, 지업사 등 전통문화를 잇고 있는 상점들이 담겨져 올해로 3회째 무료 배포됐고, 해당 상점들은 각각 전시를 개최했다. 참여 상점들은 해마다 80곳, 150곳, 이번에 200곳으로 늘었다. 이 '명가전'을 주도한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사진·58)은 1일 "'관광'만 부르짖지 말고, '문화'를 살려야 한다"라고 거듭해 강조했다. 특히 요즘 정부나 지자체에서 호텔 건립에는 신경쓰지만, 정작 우리나라 전통을 대표할 수 있는 거리인 '인사동'에 대한 콘텐츠 지원이 미흡한 것을 지적했다. 윤 회장은 "문화가 살면 자연스럽게 관광이 따라오게 돼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70~80%가 인사동을 찾지만 정작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 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오랫동안 인사동을 지키고 있는 상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윤 회장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인사동은 전통 공예품과 예술품, 골동품의 마니아들이 모였던 곳이었는데, 관광지가 되면서 오히려 집값이 올라가고, 중국물품 등 관광상품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옛 문화가 퇴색돼 간 것"이라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인사동의 본래모습을 찾으려면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사동은 조선시대에도 문인과 예인들이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국가화실이었던 '도화서'는 현재 인사동 인근의 조계사와 한국일보 건물 사이에 자리했고, 인사동 아랫동네에 속하는 탑골공원 주변은 당시 문인들이 시서화를 나눴던 곳이었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