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베트남行' 신청기업, 금융투자회사는 없었다

자본시장 선진화 말뿐…현 정부 금융정책 업계 불신 깊어져"가봤자 실익없는 들러리" 朴의 의지에 대한 강한 회의감10월 나오는 금융비전, 부처 간 공조 없어 실효성 우려한국거래소 수장은 석 달간 공백상태 방치[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무의미한 들러리가 되고 싶겠는가."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금융투자업계는 단 한 곳도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대형 투자은행(IB) 영업의 길이 열린 가운데 전략 거점지로 활용할 수 있는 베트남이었음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무관심 속에 업계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사례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절단 신청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며 "정부가 금융투자산업 육성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처 간 협조 없는 '금융비전' 실효성 우려= 금융위원회는 내달 '한국형 IB' 육성 등을 골자로 한 금융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범정부부처 간 협조가 없는 대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보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IB와 선진국에서 경쟁하는 것은 고사하고 동남아 등 이머징마켓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대형 국책 기관투자가와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해당 주무부처 공조 없이 금융위 일변도의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8ㆍ28 전월세대책'을 발표한 뒤 온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 증권사 법인영업부문 임원은 "공직사회는 철저히 톱다운 형태로 업무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마련인데, 청와대가 중심이 되는 범부처적 발전전략 시도 자체가 엿보이지 않고 있다"며 "자본시장 산업 발전, 해외 진출, 금융과 연기금 및 연관 산업과의 융복합 시도가 없이는 생산적인 발전방안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사실상 방치 속 업계는 빈사상태= 현 정부 들어 자본시장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을 관리해야 할 한국거래소 수장이 지난 6월13일 김봉수 이사장의 퇴임 이후 석 달 동안 공백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거래소를 찾아 임기 내 지수 3000 돌파를 외쳤는데 현 상황에선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라며 "거래소 시스템 국제화, 파생시장 부활, 코넥스시장 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는데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장이 장기 공백상태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한계에 봉착된 가운데 믿고 의지했던 채권 부문까지 수익이 악화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의 2013회계연도 1분기(2013년 4~6월) 당기순이익은 119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3.3%나 급감했다. 전체 63개 증권사 가운데 적자를 본 곳이 41개에 달했다.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중소형사의 경우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라이선스 반납이 의제가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간접투자 유인에도 무관심= 금융투자업계는 펀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5년에서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에 걸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장기저축형보험 가입자에게 금액에 상관없이 종합과세 면제 조치를 부여하는 것과 상반된 조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노년 대비용으로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금융투자업계도 여타 금융권에서 받고 있는 세제 혜택을 발판 삼아 제대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은행권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투자일임업 등의 업무 허용 등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사 직전인 증권업계 고유의 업무 영역까지 넘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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