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간 오찬에서 높은 임금과 물류비용을 경영 상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는 최근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연봉에도 불구하고 매년 파업을 치르는 노조로 인해 매출 손실이 커지고 있는데다, 현대·기아차로선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구조를 갖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정 회장은 "연간 74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 중이며 해외 생산이 늘고 있다"며 "국내 임금과 물류비용이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노력하면 연 1000만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례행사나 다름없는 노조 파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로 꼽혀왔다. 특히 낮은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현대·기아차가 한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은 노조와 합의하에 임금을 동결하거나 줄인 반면 현대차는 2010년 4.9%, 2011~2012년 각각 5.4%씩 기본급을 인상해왔다. 이는 지난 10년간 국내 평균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또한 2011년을 기준으로 한 현대차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4.8달러로 연간국민소득이 높은 미국(38달러), 일본(37달러)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17달러다.문제는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의 노동생산성이 높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차 한 대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HPV(2010년 기준)의 경우 현대차가 30.7시간으로 경쟁사인 도요타(27.6시간)나 GM(21.9시간), 닛산(18.7시간) 보다 길다. 또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30.5시간으로 인도(21.5), 미국(16.5), 중국(20.2), 체코(20.2) 등 해외 공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업계관계자는 "쉽게 말해 닛산이 차 2대 만드는 동안 현대차는 1대 만든다는 것"이라며 "해외공장과 국내공장 간 생산성 차이는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증설 및 신설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여기에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198원 인상 ▲정년 만61세로 연장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자녀 대학 미진학 시 1000만원 ‘기술취득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부분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매출 손실 규모는 4868억원, 기아차는 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노조의 특근 거부 등을 포함할 경우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특히 이날 정 회장이 언급한 '글로벌 1000만대 생산'은 올해 도요타자동차그룹의 생산목표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 회장으로선 현 세계 5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세계 1위 수준의 생산규모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밝힌 셈이다.도요타그룹의 생산규모(목표)가 1000만대를 넘어서는 것은 올해가 최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그룹의 1000만대 생산 목표에는 엔고시기에 고효율 체제로 개편한 일본 공장의 생산성이 큰 몫을 했다"며 "현대·기아차의 1000만대 생산을 위해서도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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