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난 개성공단... 남아있는 숙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개성공단사업의 불씨는 살아날까. 북한이 7일 오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7차 실무회담을 14일 열자고 전격 제안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마지막 제안"이라며 지난달 25일 최후통첩을 한지 열흘만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회담을 제안하며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의 해제 및 기업의 출입 전면허용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 등 사실상 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조치를 밝혔다.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변화는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북측이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했던 출입제한조치와 근로자 철수조치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상화를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북한의 태도변화 과거와 다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감지된 부분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강조해온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핵심쟁점인 재발방지 부분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북과 남은 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6차 실무회담 때 제시한 합의서 수정안에서는 "북과 남은 개성공업지구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는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라는 대목을 빼 눈길을 끈다. 특히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문장도 이번 담화에서는 삭제됐다. 북한은 종전까지는 남측에서 벌어지는 한미합동군사연습과 '김정은의 달러박스'등의 자극적인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이 두 대목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나름 변화를 감지케 한다.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수용하면서 가동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재발방지를 협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마지막으로 공단의 재가동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조평통을 통해 발표했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6차 회담까지는 재발방지 등과 관련해 누가 입장을 밝히거나 서명을 할 것이냐의 문제도 남북간의 쟁점이었다. 따라서 개성공단 통행제한, 북측 근로자 철수 등의 잘못된 조치를 바로잡고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데 조평통이 직접 나섰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북한이 통행금지조치를 취하고 북측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그런 조치들을 조건 없이 해제하겠다고 한 것은 북측이 자신들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런 태도변화 왜?=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시점상 통일부가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을 발표한 뒤 한 시간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제안은 우리 정부의 '중대결단' 실행에 대비해 준비한 조치로 볼 수있다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이 사실상 중대결단의 하나로 개성공단 폐쇄 수순밟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정말 공단 폐쇄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보던 북한이 서둘러 대응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제안은 정부의 중대결단이 예고되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이 경협보험금 지급 조치를 보고 대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북한은 공식적인 달러 수입원이 끊기는 것을 우려했을 수 도 있다. 북한 근로자 5만3448명이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약 9000만 달러다. 개성공단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북한 근로자 5만여명도 일자리를 잃고 북한 정권도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개성공단이 중단될 경우 개성시의 북한주민의 민심이 극도로 악화될 수 도 있다. 우리정부가 금강산관광지역을 북한이 중국 여행업체를 이용해 활용하는 것처럼 시설이용을 방지하고자 개성공단내 단수.단전조치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의 전기는 100% 남측발전소에서 보내진다. 경기도 파주의 문산변전소에서 보낸 전기를 우리 측에서 지어준 개성 평화변전소가 받아 공단 내 각 기업에 보낸다. 또 수자원공사에서 지은 개성공단 내 정수장은 그동안 하루 2만1000t의 식수를 생산해 공장에 7000t, 개성시내에 1만4000t을 공급하고 있다. 남한 기준으로는 4만 5000명 분량이지만, 개성시에서는 10만여 명이 쓰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 개성시 가구의 4분의 1 정도가 식수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산개발 등 김정은이 역점을 두는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등에 다양한 사업을 제안해도 국제사회가 개성공단을 예로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숙제는= 남북이 대화를 한번 더 하기로 했지만 개성공단의 향방은 북한의 책임인정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있다. 우리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중대조치를 감안해서라도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강한 의지표명도 보여왔다. 정부가 109개 입주기업에 2809억원에 달하는 경협보험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정부가 북한에 경고한 중대조치를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평가다. 경협보험을 받는 기업은 정부에 공단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고 정부가 이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위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 폐쇄로 가는 실질적인 절차라는 분석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런 방향으로의 전향적이고 성실한 (북한의) 태도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 6번의 실무회담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재발방지 및 책임 소재 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측의 이날 제안과 관련,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오랫동안 끌어온 개성공단 문제가 7차 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안팎에서는 7차 회담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 중인 재발방지책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두 차례 회담이 공전되다 결국 정부가 추가 중대조치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재발방지 부분에서 북한이 큰 변화가 없어 회담이 열려도상황의 급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압박 수순을 보이니까 북한이 책임을 전가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한편, 7차 실무회담에는 이전 회담처럼 우리 측에서는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북측에서는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수석대표로 각각 나설 예정이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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