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여성의 창조경제 참여, 누군가 커튼을 열어줘야

이 은 정 한국 여성벤처협회장

'포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한 후배창업자가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20여년 전 대학졸업과 직장생활을 하던 내가 사업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뛰어들 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엔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을 하던 순간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 내게 펼쳐졌다.  되돌아보면 순간순간의 판단이 좋았고, 남들이 위기라고 말하는 기간에도 내 판단은 기회로 작용했다. 아직 나아갈 길이 더 많이 남았지만 이제 후배창업자에게 대답을 주고,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경험이 쌓였다.  최근 협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여성의 벤처창업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돕는 주체는 다름 아닌 선배여성벤처기업들이다. 처음 정부에 이러한 뜻을 전달하고 시작하는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선배기업들이 참여를 할지 걱정도 많았다. 바쁜 일정을 나누어 후배들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을 도와줄 선배기업들이 모이고 나니 이제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예비여성창업자들이 얼마나 있을지가 걱정으로 남았다.  그간 가파른 성장세에도 그 비중이 7%대를 겨우 넘기고 있는 여성벤처업계를 보며, 도움을 받을 기업들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 결과는 이런 내 고민이 보기 좋게 헛된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후배들이 참여를 신청했고 결국 이들 중 기술력과 발전가능성, 선배기업과의 상생가능성 등을 평가해서 선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크게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남았다. 정부의 창업활성화로 인해 여성의 창업비율도 동반상승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여성벤처업계를 들여다보면 청년층의 창업자가 없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초기창업활동비율이 하락추세이며 특히 4~50대의 생계형창업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이러한 문제를 반영한 결과이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그간 우리나라의 창업정책의 최상위권 평가와 달리 창업지원환경은 60개국 이상의 전체 조사국 중ㆍ하위권에 머무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일 지속가능 사회기반, 여성의 창업권장도, 창업접근성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보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창업이 마음먹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불모지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수준의 환경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여성창업활동 저조현상은 향후 여성의 기업활동에 있어서도 산업계내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보다 두껍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로 악순환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행히 이번 선배벤처와 후배기업간의 연계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벤처 창업지원사업을 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다시 해본다.  최근 벤처를 준비하는 예비여성창업자들을 만나보면 스스로도 희망을 갖게 된다는 동료 CEO들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예비벤처창업자들을 지원하기위한 여러 사업에 경쟁이 많아 보다 경쟁력 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세심한 분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그간 여러 차례 꿈꿔왔던, 언제 가능할까 했던 일들이 하나둘 실현되는 듯하다. 여성이 이제 하나둘 산업계로, 창조경제실현의 마당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땀을 흘리고 때론 보이지 않는 미래로 인해 좌절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이들이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어둡게 드리워질 커튼을 걷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배 여성벤처CEO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이를 계기로 창조경제시대가 열어주는 여성창업, 여성벤처의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이 은 정 한국 여성벤처협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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