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는 체육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 자리를 메운 건 '단전호흡' 회원 100여명이 전부다. 그렇게 '그들'만을 위한 공간이 된 지 어느덧 13년을 넘었다. 사실상의 '점용'이다. 모든 구민을 위해 쓰여져야 할 구립체육관이 이렇게 특별한 용도로밖에 쓰일 수 없게 된 데는 이 지역에서 세 차례나 구청장을 지낸 이모 전 청장의 개인적 취미가 있었다. 평소 '단전호흡 마니아'로 알려진 그는 재직 당시였던 2000년 회원들을 위한 시설건립을 주도해 성사시켰다. 여기에는 시와 구의 예산 18억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서울 서대문구 '한마음체육관'은 지금 서대문구의 '애물단지'가 돼 있다. 한때 하루 700~800여명이 체육관을 이용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은 크게 줄어 '구립'체육관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단전호흡 전용으로 지어져 다른 활용방안을 찾으려고 해도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서대문구는 그래서 이 체육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99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목적체육센터'를 신축하려 하고 있다. 결국 애초에 잘못된 출발이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청장은 요즘에도 평일 오전 열리는 수업에 참여해 주민들을 지도할 정도로 단전호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그의 개인적인 취미를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취미가 구의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단 이 전 청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히 특수한 용도로 한정된 체육관을 짓겠다고 하는 계획을 내놓았을 때 도대체 당시 구청 공무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현재 서대문구의 주민 1인당 평균 체육시설 이용공간은 0.98㎡로, 서울시 전체 평균(1.9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절반 수준에 그치는 건 체육공간에만 그치는 게 아닌 듯하다. 구의 살림살이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의 합리성부터 못 미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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