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15m 앞에 '경마도박장'이?… 용산구민 '뿔'났다

한국마사회, 용산 장외발매소 신축이전 추진정부·지자체 허가 등 사전절차 완료…9월 입점215m 전방에 학교…지역주민들 강하게 반발"공청회·설명회 등 주민 의견수렴 없었다"마사회, "설득하되 이전은 필요"…논란 가열

▲ 한국마사회가 올 9월 이전을 목표로 신축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16-48 건물. 연면적 1만8200㎡에 지하 7층 지상 18층 높이 건물은 단일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br />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도박시설을 설치해도 되는가? 게다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한 번 제대로 묻지 않아도 되는 건가?"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가 서울 용산역에 있는 '장외발매소(일명 화상경마도박장)'를 초중고교에서 200m 남짓한 지역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아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용산구 진영 의원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은 "교육과 삶을 파괴하는 도박장을 반대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결연한' 표정의 주민들 사이로는 '행복지수 1등 용산구에 경마도박장 웬말이냐'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주민들은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 반대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원영 주민대책위 대표는 "학교 인근에 도박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부터가 문제지만 사업이 추진된 이후 마사회는 물론 관할인 용산구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공청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분통이 터진다"며 "(마사회는) 입점준비를 다 마치고 난 지금에 와서야 설명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주민 변정온(43ㆍ여ㆍ용산구 산천동) 씨는 "동네 한가운데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데도 마사회와 용산구는 지난 4년간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입점 예정지인 한강로3가 주변이 학생들의 통학로이고, 길 건너편에 아파트와 주택가가 위치해 있는 만큼 학생들과 주민들의 환경권과 안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마사회는 지난 2009년 11월 L 시행사와 장외발매소 신축 및 매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외발매소 이전에 나섰다. 2001년 5월 개장한 현 장외발매소가 노후화돼 관람환경 불편을 제기하는 고객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총 사업비 119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8300㎡에 지하 7층, 지상 18층 높이 건물을 새롭게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10년 3월 정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의 이전승인을 받은 데 이어 6월에는 용산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는 등 이전계획은 신속하게 진척됐다. 사전 법적절차를 모두 마친 마사회는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입점예정지 신축건물은 건립이 완료된 상태로, 현재는 입점을 위한 막바지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진영 의원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장외발매소' 입점 저지를 위한 회견을 개최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와 용산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의 밟지 않았고, 주민들은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이 이전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5월. 이전이 추진된 이후 3년6개월여 동안이나 주민들에 사업추진 배경과 계획에 대한 공지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랴부랴 대책위를 꾸려 이전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주민들은 '밀실행정'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이전 예정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학교와의 거리가 215m라는 점에 대해서도 마사회의 '꼼수'가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위생정화구역으로 설정된 반경 200m 내에는 경마장, 경륜장 등 사행행위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것을 마사회가 교묘하게 회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백주선 변호사는 "규정에 200m라는 거리가 명시된 건 장소와 관련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라며 "200m 밖이라고 해서 도박장이 들어서는 게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는 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마사회 측은 주민설득을 병행하되, 입점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학생들과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운영시간을 조정하고, 시설 내 주민이용공간 등도 조성해 갈등을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이전을 진행할 경우 계속해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과 계속 접촉해 나갈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감시ㆍ감독을 받는 합법시설이고 최근 경마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직원과 관련자들의 생계 문제인 만큼 이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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