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뉴스룸]요즘 기재부 예산실은 '사람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10일 오후 1시30분 기획재정부 3동의 예산총괄과. 끈적끈적한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고 오후의 노곤한 피곤함에 졸릴 법도 한데 사람들도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 큰 소리도 들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후상으로는 지금 장마철이지만 기재부 예산실에서는 '예산철'로 통한다.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보다 더 많은 '사람비'가 예산총괄과로 들이닥친다. 예산심의가 진행되고 있어 각 부처는 물론 관련 산하기관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예산을 요구하는데 빈손으로 찾아 올 수는 없는 법. 손에는 간단한 과일이나 와인 등이 들려져 있다. 강승준 예산총괄과장은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액수나 여러 가지를 다시 검토해봐!"라며 직원들과 한바탕 입씨름 중이었다. 강 과장은 "좀 있다 곧바로 예산심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양치할 시간도 없다"며 짧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2014년 예산편성방향의 큰 그림은 정해졌다. 교육과 복지, R&D(연구개발), 문화 분야는 올해와 비교해 늘어나고 SOC(사회간접자본), 산업, 환경분야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초노령연금 ▲창조경제를 위한 R&D ▲행복주택 신규 공급 ▲국가장학금 등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 중 중요하게 내세웠던 공약사항들이다. '증세없는' 논란 속에 빠듯한 살림을 살아야 하다 보니 부처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목이 타 들어가는 표정들이었다. 예산총괄과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한 부처 공무원은 "지금 예산심의기간 중이라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직 우리 순서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까지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정부의 2014년 예산 초안을 마련한다. 이어 예산초안을 가지고 9월 중순 재정정책자문회의를 개최하고 9월말에 '2014 예산안'을 확정한다. 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본격 예산철을 맞은 예산총괄과는 9월까지 '사람비'로 흠뻑 젖을 것 같다.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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