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롤러코스터 증시, 장기펀드 안전장치 마련해야

"악!!" 스크린에서 비명소리가 넘쳐 난다. 어김없이 극장가에서도 공포영화와 함께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공포에 질려 끔찍한 비명소리를 내는 것을 영어로 '스크림(Scream)'이라고 한다. 수년 전 여름 우리나라에서 상영됐던 외화는 아예 제목이 스크림이었다. 여름 공포물로 꽤 인기를 끈 것으로 기억된다. 비명은 공포영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에서도 충분히 경험한다. 그러나 이들 둘은 다행히 제한된 시간이 있어 비명이 나쁘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관객과 유람객들은 극장과 놀이동산에서 이들 비명을 기꺼이 찾고 즐긴다. 누구든 잘 아는 롤러코스터는 또 한 곳이 더 있다. 여기서 비명은 종류가 다르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또 언제 뒤집혀 정상을 향해 달릴지 아무도 모른다. 안전장치도 없다.  지난달 증시는 악 소리도 못 내게 순식간에 꼬라박았다. 외국인의 매도 폭탄 탓이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무려 5조1284억원어치를 순순히 팔아 치웠다. 이는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2011년 8월(5조1547억원)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다. 특히 JP모건의 삼성전자 매도 보고서가 발표된 7일 1953.83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6일 1783.45로 마감했다. 단기간 170.38포인트나 밀린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25일 하루에만 5.44%나 폭락하기도 했다.  공포가 너무 크면 비명조차 못 지르는 법이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의 형편이 그렇다. 코스닥 활황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급하게 빠질수록 급하게 오른다'는 증시 격언처럼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큰 폭 올랐다. 하지만 기술적 반등은 있겠지만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증권사들도 죽을 맛이다. 미국ㆍ중국(G2) 변수 파급력에 당황하고 일선 지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증권사들은 지난 2년여 동안 주가지수가 1800~2000선을 지루하게 오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와 간접투자상품 판매수입이 뚝 떨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그나마 믿고 투자비중을 늘려온 채권 가격이 하락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으로 우리 증시의 덩치는 커졌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는 말 그대로 '외국인 놀이터'에 불과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하나에 시장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독자적인 수급이 취약한 국내 증시의 체질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말 한마디로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그런 수단마저 통하지도 않는다. 시장 자체의 힘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자본시장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지난해 초부터 '장기세제혜택펀드(장기펀드)' 도입이 추진되어 왔다.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인 펀드로 연 급여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게 납입액의 40%(연간 600만원 이하)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최대 3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중 60%만 주식에 투자돼도 2조원의 주식 순매수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저금리 시대에 중산ㆍ서민층과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6월 국회에서도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번 무산으로 인해 증권ㆍ자산운용업계는 실망감이 큰 표정이다. 특히 당정이 만나 "장기펀드를 통과시켜 '버냉키 쇼크'를 막겠다"고 합의한 지 몇 시간 만에 무산돼 '당정 합의 동력이 하루도 못 가느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담은 있겠지만 장기투자문화 확산과 안정적인 증시 안전판 마련을 위해 장기펀드 도입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시점이다. 김종수 증권부장 kjs33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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