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연봉이 최고 3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 평균 연봉 7000여만원의 40배에 이른다. 매일 800만원씩을 버는 셈이다. 문제는 연봉 금액의 크기보다 그 타당성이다.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영업실적을 개선시키는 등 업적이 있다면 그 보상으로 고액 연봉이 용인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고액 연봉의 타당성을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은 과다한 감이 있다. 무엇보다 경영실적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회장을 비롯한 임원의 연봉을 계속 올렸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 두 사람에게 총 43억6000만원의 보수를 책정했다. 어 회장 몫이 30억원 이하, 임 사장 몫이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어 회장은 다음 달 퇴임하면서 수억원대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도 받는다. KB금융지주 등기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2011년 3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3억9200만원으로 25%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3730억원에서 1조7029억원으로 28% 줄었다. KB금융 경영진은 지난해 우리금융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M&A)에 실패하거나 갈등을 빚었다. 임원 연봉이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급증한 셈이다. KB금융만 그런 게 아니다. 신한금융지주도 당기순이익이 2011년 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227억원으로 줄었지만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5억900만원에서 7억14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난해 연봉도 30억원에 육박한다. 하나금융지주의 등기임원 평균 연봉도 3억3900만원에서 4억12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금융지주와 은행 대부분이 실적이 나빠졌지만 등기임원 평균 연봉을 일제히 큰 폭으로 늘렸다. 이러니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자리가 퇴임 관료의 꿀단지가 되어 낙하산이 잇따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부터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임원 연봉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경영실적과의 연계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합리적 보수 책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보다 투명한 보수 공개 기준도 요구된다. 이는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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