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와 함께 비브리오 패혈증이 찾아왔다. 지난 5월 13일 남해안을 시작으로 이달 초 경기 평택, 충남 서천에서 잇따라 비브리오 패혈증균(Vibrio vulnificus)이 검출된 것. 예년보다 더운 기온 탓에 일부 바닷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최근 수온이 높아지면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많이 증식했다며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를 내렸다.◆여름철 단골 질환 '비브리오 패혈증'=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몸에 난 상처에 오염된 바닷물이 닿아 감염된다. 이 질환을 유발하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하구나 연안의 바닷물, 갯벌, 각종 어패류 등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갯벌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7℃의 바닷물 온도에서 매우 빨리 증식한다. 따라서 보통 5~6월에 첫 환자가 발생하고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8~9월에 집중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 발생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2009~2012)간 발생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215명)의 69%(149명)가 8~9월에 몰렸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67명의 환자 가운데 8~9월에 절반이 넘는 39명이 발생했다. 이어 7월 7명, 6월 2명, 5월 1명이었다. 올해도 지난달부터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되기 시작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균에 의한 감염증 가운데 가장 중증으로 알려졌다. 치사율이 50%나 될 정도로 높다.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어서 걸리거나 몸에 난 상처에 오염된 바닷물이 닿아 감염되는 형태로 나뉘며, 잠복기는 20~48시간이다.건강한 사람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면 구토, 설사, 복통 등 가벼운 위장관 증상으로 끝난다. 하지만 당뇨, 간질환 등 만성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위장관 질환자 등은 치사율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자에서는 혈류 감염을 일으켜 발열, 오한, 저혈압, 피부괴사 등 패혈성 쇼크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환자의 75%에서는 감염 후 36시간 내 피부에 출혈성 물집이 생긴다. 패혈증으로 발병하는 경우 사망률은 50%에 이른다. 몸에 난 상처를 통해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된 경우 피부 궤양이나 괴사 등이 일어난다. 만성질환자는 혈류로 세균이 침입해 치명적이다.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비브리오 패혈증 예방하려면= 여름이면 늘 찾아오면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물리칠 방법은 없다. 다만 감염 원인을 정확히 알고 스스로 사전 예방할 필요는 있다. 먼저 어패류를 구입한 후에는 신속히 냉장보관 해 식중독균이 증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 번 녹인 냉동 생선은 다시 냉동하지 않는다. 어패류를 먹기 전에는 수돗물로 2~3회 충분히 씻어내고, 횟감용 칼과 도마는 반드시 구분해 날 생선을 요리한 도마나 칼 등에 의해 다른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한다. 조리한 후에는 조리 기구를 깨끗이 세척하고 열탕 처리해야 2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 또 어패류는 날고 먹지 말고 되도록 85℃ 이상 온도로 익힌 다음 바로 먹어야 한다. 남긴 음식은 냉장 보관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바닷물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만큼, 몸에 상처가 난 사람은 바닷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어패류를 다룰 때는 장갑 등을 착용해 상처 난 피부가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때 이른 더운 날씨로 인해 일부 해수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됐다"면서 "어패류를 취급하거나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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