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이란 향한 최강희 감독의 일침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익혔어야 했는데 엉뚱한 걸 배웠나보다. 그냥 브라질월드컵은 포르투갈 고향집에서 TV로 편하게 봤으면 한다."무례한 도발을 향한 재치 가득한 '일침'이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A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마지막 8차전을 치른다. 경기를 앞두고 때 아닌 감독간 독설전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11일 우즈벡전 직후 최 감독의 인터뷰였다. 당시 한 우즈벡 기자는 그에게 "이란과 우즈벡 중 어떤 팀과 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나"라고 물었다. 엉뚱한 질문에 최 감독은 "우즈벡이라고 해야겠지요"라며 농담 섞어 답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이란이 밉다"라며 "이란은 늘 중요한 길목에서 만났던 상대고, 지난 원정에서 푸대접도 당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당시 지독한 홈 텃세에 시달렸다. 선수단 비자 발급 지연에 잡초 가득한 훈련장, 심지어 경기 도중 이란 관중으로부터 레이저 공격도 받았다. 결과는 0-1 패배. 일종의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메시지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란의 반응은 적반하장이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한국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발언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아야 한다"라며 "이란 축구를 모욕한 최 감독은 이란 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푸대접을 받았다고 하던데, 우린 최고의 대접을 했다"라며 "울산에 가면 그에게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할 것"이라고 무례한 막말을 내뱉었다.일종의 수장 사이 기 싸움. 평소 '위트'에서 둘째간다면 서러울 최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13일 공식 훈련을 앞둔 인터뷰에서 특유 무덤덤한 표정과 함께 반격을 가했다. 최 감독은 "우즈벡 기자의 단순한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이란 국민 전체를 운운하다니 섭섭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건 단지 축구 경기일 뿐, 정치나 국민 감정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만 우린 지난해 원정에서 푸대접을 당했고 경기도 진 게 사실"라며 "나와 선수들 모두 다른 감정으로 이란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유 수석코치 출신인 케이로스 감독을 향해선 거침없는 독설을 내놓았다. 그는 "이란 감독이 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익혔어야 했는데 엉뚱한 걸 배웠나보다"라며 "그냥 브라질월드컵은 포르투갈 고향집 안방에서 편하게 TV로 봤으면 한다"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작정한 듯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감독 본인이 이란 사람도 아니면서, 단순한 멘트를 갖고 국민 감정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하겠다고 하는데, 이왕 보낼 거면 11벌을 보내라"라고 말했다. 이어 "말로는 더 이상 대응할 필요 없다"라며 결과로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이란전에 대한 자신감도 밝혔다. 최 감독은 "이란전에 대한 고민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대 고비였던 우즈벡전을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슬기롭게 넘었다"라며 "이란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박종우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지만, 중앙 미드필드에 좋은 자원이 충분히 많고 김남일도 곧 회복할 것"이라며 "밖에서 걱정하는 것 같은 대표팀 내의 큰 문제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우즈벡전에서 활약한 이명주처럼 대표팀에는 능력 있는 선수가 많다"라며 "남은 기간에 좋은 조합을 찾아 이란전에 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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