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어골프장의 화장실 안내판. 붉은 꽃잎의 골프장 로고와 함께 '레스트룸'이라고 적혀 있다.
골프장은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다.오히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광장이자 사교의 장소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요구되는 에티켓도 많다. '볼 일 보는 일'도 하나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소변이 마렵다고 아무데서나 방뇨를 하는 행위는 일종의 경범죄에 속한다. 대부분 평탄한 곳에 코스가 조성돼 먼 곳에서도 골퍼들의 행동이 쉽게 관찰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외국에서 '코스 내 방뇨'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천박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급하게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라운드 중 골프카트 바퀴나 페어웨이 나무 뒤 또는 노출된 러프에서 소변을 보다가는 퇴출당할 수도 있다. 이 골퍼를 소개한 회원에게도 경고장이 발부되는 등 불이익이 돌아간다. 라운드 도중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카트를 몰아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현명하다. 간단하게 "실례하지만 급히 화장실 갔다 올게요(Excuse me but, urgent nature calls me)"라고 하면 된다. 동반자는 "Number one or number two?"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넘버 원'은 소변이고, '넘버 투'는 대변이다. "두 가지 모두"는 "I have to do both", "금방 다녀올게"는 "Back in a minute"다. 일상용어로는 소변을 피(Pee), 대변을 푸(Poo)라고 한다. 화장실에 대한 표현도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익혀두면 유용하다. 미국인들은 '레스트룸(Restroom)', 영국식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토일렛(Toilet)'을 많이 사용한다. 비행기나 선박, 기차의 화장실은 '래버토리(Lavatory)'다. '베스룸(bathroom)'도 마찬가지다. 'W.C.'는 'water closet'의 약자이나 영어로 "Where is W.C.?"라고 묻지는 않는다. '러트린(latrine)'은 공장이나 공원, 군대 막사 등의 수도가 없는 임시 화장실을 의미한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같은 오래된 골프장은 중간에 그늘집이 없어 생리현상이 발생하면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이뇨현상을 불러오는 맥주나 커피, 홍차, 물을 자제하는 대신 스포츠 음료를 마시면 갈증도 해소하고 소변 횟수도 줄일 수 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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