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물가연동국채, 토빈세 폐지한 브라질채 인기수익률 낮은 채권형 펀드는 외면[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강남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 모(45)씨는 최근 채권형펀드를 환매한 1억5000만원에다 5000만원의 현금을 더해 물가연동형 국채와 브라질 국채를 사들였다. 수익률 뿐만 아니라 '세(稅) 테크' 측면에서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종합소득과세 대상으로 세제 혜택이 거의 없는 반면 물가연동국채는 분리과세를 매기는 탓에 매력적이다. 여기에 브라질 국채의 경우 토빈세가 폐지돼 '세금 없는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김씨 같은 고액자산가들의 채권투자 방식이 바뀌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금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절세형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종합소득과세 기준이 높아진 채권형펀드는 저조한 수익률까지 겹치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장기채권 직접투자의 경우 금리 상승리스크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지나친 편중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물가연동국채 발행잔액은 지난 3일 현재 6조5651억원으로 지난해 5월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비중도 20%대에서 30%대로 늘었다. 물가연동국채는 매년 물가상승률 만큼 원금이 증가하는데 여기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또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이 분리과세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절세효과와 인플레 기대감에 물가연동국채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정부가 오는 2015년부터 원금 증가분에 대한 비과세를 폐지키로 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국채도 인기몰이중이다. 브라질이 토빈세(Tobin's tax)를 전격적으로 폐지하면서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토빈세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그동안 브라질은 6%의 세금을 해외 국채 투자자들에게 부과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면 투자 초기에 세금으로만 600만원을 뗐다. 이러한 세금 부담이 사라지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울상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물가연동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10억원 이상, 공모기준, 채권형+채권혼합형)의 설정액은 2011년말 965억원에서 지난해말 694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 5일 현재 5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관련 펀드 수익률도 연초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총 7개 관련펀드의 연초 수익률은 -1.06%로 같은 기간 채권형 1.24%와 채권혼합형 1.46%에 비해 낮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 직접투자로 돌아서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판매 저조로 신상품 출시도 거의 안 돼 시장자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패턴도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채권의 경우 금리상승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기 호전이 현실로 이어질 경우 채권값 급락에 따른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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