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내 한 대형마트가 마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 훈육용 '생각하는 의자'를 설치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생각하는 의자란 취학기 전후 유아·아동을 대상으로 한 훈육용 의자로,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떼를 쓸 경우 이 의자에 앉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러한 아동용 훈육 의자를 한 대형마트가 40·50대 주부가 태반인 마트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려다가 뭇매를 맞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불거진 대기업의 수직적인 갑을 관계 이슈가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라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A대형할인마트는 지난달 초 직원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책상과 의자를 뒀다. 서비스 점수가 미흡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일명 생각하는 의자다. 이 책상과 의자가 위치한 자리에는 '생각하는 의자와 책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잘못을 저지른 아동을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 반성하도록 하는 것처럼 고객에게 서비스 점수를 낮게 받은 직원도 이 의자에 앉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처음 해당 글이 올라온 인터넷 사이트에는 대형마트 갑의 횡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서비스 점수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자리에 해당 직원을 앉혀 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치원생한테나 할 법한 훈육법을 성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해당 직원에게 치욕과 모멸감을 줄 수 있어 아무리 실적이 중요하다고 해도 도를 지나쳤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동종 업계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설마 우리는 아니겠지?”라며 뜨끔하는 표정이다.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각하는 의자라는 것은 처음 들어 봤다”며 “아무리 본사가 갑이라고 해도 대부분 어머니뻘인 마트 직원들을 그런 훈육용 의자에 앉혀 반성하도록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혹시 우리일까 하는 마음에 130여개 되는 전 점포를 샅샅이 뒤졌다”며 “생각하는 의자라고 이름이 붙은 의자는 있지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직원 훈육용 의자는 없었다”고 안도했다.해당 대형마트는 취재가 들어간 이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해당 마트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확인해 보니 해당 점주가 직원들의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점포는 생긴 지 아직 1년밖에 안 된 곳으로 매출 등 실적이 부진하자 점장이 다소 무리하게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다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내부에서도 말이 많아 결국 생각하는 의자는 설치된 지 사나흘 만에 철거됐으며 실제로 운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원을 대상으로 훈육용 의자를 놔둔 것은 백 번 잘못한 게 맞다”고 잘못을 인정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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