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연한 어린이집 비리 근본적 대책을

어린이집이 비리의 종합판으로 전락했다. 무자격 보육교사를 등록해 국가보조금을 떼먹고 아이들에게 버려진 배추 시래기국을 먹이는 등의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어제 국가보조금 횡령, 싸구려 급식, 특별활동비 빼먹기 등으로 300억원을 빼돌린 민간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86명을 입건했다. 예산이 모자라 무상 보육을 중단할 처지라고 하는 판에 세금은 줄줄 새고 있었던 셈이다. 비리의 수법을 보면 기가 막힌다. 자격 없는 남편이나 딸을 보육교사로 등록하고는 1년에 많게는 8000만원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쓰레기 배추로 만든 시래기국,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을 먹이는 등의 방법으로 매달 몇백만 원씩을 챙겼다. 은행거래 입출금 전표를 위조해 보육교사 수당을 가로채기도 했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이불로 덮어 내버려 두는 등 아이를 학대한 곳도 있다. 어린이집 비리는 뿌리가 깊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경찰은 수사가 현재 20%만 진행됐다고 했다. 대상도 다른 지역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강남권 700여곳이다. 다른 곳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어린이집 비리가 그만큼 공공연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올해 보육 복지에 7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세금이 줄줄이 새는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적발돼도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나 자격 취소 정도다. 원장과 보육교사의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어린이집을 문 닫게 하는 등 엄중 처벌해야 한다. 늘어난 복지예산에 비해 인력과 권한은 부족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한 차례도 점검받지 않은 곳이 8119곳에 이른다. 감독당국은 사법경찰권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따른다.  만연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 부정 수급이나 아동 학대, 쓰레기 급식 등의 비리를 철저하게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 보육은 가정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으면 여성 취업도 줄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게 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거 확충하고 운영 시스템을 혁신하는 등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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