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따지면 美 국채 비싸지 않아

물가상승률 감안시 美국채 투자수익률 선진국 최고 수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를 따질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국채 금리가 너무 낮아, 즉 가격 수준이 너무 높아 미 국채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과 정반대의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들어 미 국채 투자수익률이 주식 투자에 비해 형편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소한 미 국채는 다른 선진국 국채에 비해서는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美국채 실질 수익률, 선진국 중 최고= FTN 파이낸셜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10년물 국채 금리-물가상승률)은 0.9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 10년물 만기 국채의 실질 수익률보다 1.77%포인트 높은 것이며 이같은 수익률 격차는 2011년 3월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독일 국채 10년물과의 실질 수익률 격차는 무려 23년 만의 최대폭으로 벌어져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투자전략가는 "미 국채 시장은 비교가능한 다른 어느 국채 시장보다 싼 곳"이라며 "미 국채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진국 중 가장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겔은 상대적인 가치를 따진다면 미 국채는 30% 이상 싸다고 덧붙였다. 스탠디쉬 멜론 자산운용의 라만 스리바스타바 글로벌 채권 부문 대표도 "미 국채 가격이 비싸지만 다른 선진국 국채와 비교한다면 미 국채에 투자하기가 좀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이같은 분석은 미 국채에 거품이 끼어있으며 국채 투자가 위험하다는 최근 지적과 상반된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최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 은행에 저축하는 사람들이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은행 금리가 낮은 것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채권 금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 조차 지난달 1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30년간 이어진 채권 시장 강세장이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스가 운용하는 핌코의 토탈 리턴 펀드는 4월 기준 국채 비중이 39%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로스는 지난 1일 투자보고서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로스는 국채 투자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국채에 투자할 이유는 존재한다는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1990년 이후 미 10년물 국채 금리 금리는 평균 약 5%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1%대 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다. 금리 수준만을 놓고 봤을 때에는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 하락이 실질 수익률 높여= 명목상 금리가 이처럼 낮음에도 실질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결국 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이른바 양적완화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월에 0.2% 하락한데 이어 4월에 0.4% 추가 하락했다. CPI가 2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 지표로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3월에 1%까지 하락해 FRB의 정책 목표치 2%를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물가를 감안하면 FRB가 되레 자산 매입 규모를 확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 시장 개선을 감안할 경우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과 상반된 주장이다.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 탓에 최근 미 국채 금리는 3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폰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이 양적완화 속도조절론에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인플레 수준이 너무 낮다며 한동안 양적완화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폰드도 "미 국채 투자는 상대적인 기준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한 美 국채 투자 수요= 미 국채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미 재무부가 실시하는 미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재무부 국찰 입찰 경쟁률은 3대 1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15대 1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미 국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투자운용의 잭 맥인트리 매니저는 "단기간 내에 대규모 국채 매도가 발생하지는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물가가 낮고 FRB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지적했다. 달러 강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미 국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례로 엔이 달러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탓에 달러 기준으로는 올해 미 국채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엔으로 환산할 경우에는 무려 18.7% 수익을 기록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7일 84.371을 기록, 201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TD 증권의 리처드 질훌리 투자전략가는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인플레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인플레가 낮아지면 국채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한 물가 하락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GSCI 토탈 리턴 지수는 지난 2월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후 8.6% 하락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박병희 기자 nut@<ⓒ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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