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신과 줏대' 현오석의 50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난 9일 세종청사 2동에 위치한 다목적강당. 실·국장, 기자들과 농구시합이 열렸다. 뜻밖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타났다. 현 부총리는 이날 경기에서 20분이나 뛰었다. 세골을 넣었다. 마치 취임 50일 동안 내놓은 중요한 세 가지 패키지 정책을 강조나 하듯이. 현 부총리는 그동안 ▲부동산 대책(4월 1일) ▲추가경정예산(4월16일) ▲투자활성화 대책(5월 1일) 등을 내놓았다.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신과 줏대가 없다'는 질책을 받은 현 부총리. 인사청문보고서는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50일 동안 부총리는 '소신과 줏대'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부동산 대책과 추경, 투자활성화 전략은 50일 간의 성과들이다.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무리 없이 통과해 한 숨 돌렸다. 추경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상반기에 70% 넘게 집행된다.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도 없지 않다.
경기인식과 엔저 대책 등을 두고 한은과 '엇박자'를 놓으며 당·정·청으로부터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정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현 부총리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한은의 고유권한이다. 한은도 경제 어려움 안다. 순리대로 간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기다림의 결과였을까? 9일 금리 인하가 전격 발표됐다.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은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책 엇박자가 나타날 때 부총리의 조정 역할이 중요한데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조정자 역할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부총리의) 자리를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불'의 최명희 작가는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혼불'에 "강물을 씻은 바람이 이마에 얹혔다"는 표현이 있다. '강물을 씻은 바람'이니 얼마나 시원할까. 국민들은 지쳐있다. 땀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강물을 씻은 바람'을 얹혀 줄 수 있는 현 부총리의 조정 역할과 강한 리더십이 중요한 때다. 변수가 한, 두 가지 아닌 복잡한 경제정책에서 '소신과 줏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특히 경제가 어려운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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