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국제부장
애플 컴퓨터의 광고 문구 가운데 "think different"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다르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는 급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 문제에 딱 들어맞는 표현인 듯하다. 흔히들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은 청년층의 기업가정신ㆍ소비ㆍ열정이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변화에 가장 개방적이어서 광고ㆍ마케팅은 이들을 겨냥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ㆍ가족ㆍ사회 가릴 것 없이 '노령화' 하면 암울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7800만명을 웃도는 베이비부머의 노령화로 일자리ㆍ연금ㆍ건강보험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여기서 "think different"해보자. 고령화를 부담으로 느끼면 사회적 비용이 될 수 있지만 발상만 바꾸면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소재 싱크탱크 밀켄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노령화는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의미한다. 50세 이상 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니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기회라는 것이다. 밀켄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가 노령화한다고 이들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나이 먹으면서 소비자로, 리더로, 근로자로 관심 대상만 바뀔 뿐이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10년 현재 50세 이상 미국인들의 가처분소득은 3조달러(약 3313조5000억원)다. 이들은 의류ㆍ개인용품ㆍ교육ㆍ엔터테인먼트에만 2500억달러 이상 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베이비부머가 젊은이들 못지않게 신제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제품ㆍ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50세가 넘으면 첨단 기기와 동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이들은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데 능숙하며 신기술을 갈망하기도 한다. 닐슨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온라인 쇼핑으로 70억달러를 소비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TV 시청률이 매우 높다. NBC 방송,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존 등 눈치 빠른 미 기업은 이미 베이비부머를 겨냥한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이들과 관련된 금융 서비스, 라이프스타일, 데이트, 패션, 여행, 교육 관련 사업도 팽창일로를 걷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베이비부머 근로자들이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이도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2의 삶'을 설계하는 데 도우미로 나서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 단체 앙코르닷오르그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근로자의 80%가 멘토로 젊은이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70%는 근로시간이나 임금을 줄여서라도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베이비부머는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한다. 상당수가 창업에 나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경제적 독립을 도와주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소재 비영리단체 코프먼재단에 따르면 2011년 신규 창업자 5명 중 1명이 55~64세다. 베이비부머 900만명은 이미 '제2의 삶'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제2의 삶을 준비 중인 베이비부머는 3100만명에 이른다. 이른바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란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유지하기 위해 쓰는 모든 상품ㆍ서비스 영역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고령화와 맞닥뜨린 우리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베이비부머는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 베이비부머는 1955~1963년생으로 우리 인구의 14.3%(714만명)를, 2차는 1968~1974년생으로 우리 인구의 12.1%(606만명)를 차지한다. "think different"해보면 고령화는 경제성장의 막강하고도 새로운 동력이다.이진수 국제부장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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