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로스쿨은 끝났다'...어느 명문 로스쿨교수의 양심선언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는 2018년 사법고시 폐지와 로스쿨 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심지어 로스쿨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을 위한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돼 찬반양론은 갈수록 뜨겁다."입시학원化 되고, 변호사 양극화도 심해져", "로스쿨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로스쿨 1기 검사, SKY 대학 출신 독식", "도입 5년차 로스쿨 두고 법조계 갈등 심화", "무색해진 로스쿨 특성화", "고시 浪人 줄어드니… 이젠 로스쿨 浪人". 최근 우리 언론에 나타난 로스쿨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여기서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로스쿨의 현실은 어떤가 ? 로스쿨 출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역시 사정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법학자이자 명문 로스쿨 교수인 브라이언 타마나하는 '로스쿨은 끝났다'(원제: Failing Law schools)라는 저술에서 '로스쿨 황금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브라이언의 저술은 동료 교수들과 로스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추악한 법조계 현실을 까발리고 있다. 이에 미국 엘리트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 한다.  브라이언은 미국 로스쿨 추락의 가장 심각한 해악으로 도덕성 실추를 꼽는다.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미국 명문 로스쿨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법조계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을 쌓아 사회 정의에 역행해 왔다는 것이다. 브라이언은 "미국 로스쿨의 등록금과 장학금 정책은 명문 로스쿨을 포함한 미국 사회의 최상위 법학계와 법조계에 대한 부유층의 지배력을 더욱 심화시켰다"며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이었던 로스쿨은 지금 처참히 추락했다. 취업률 하락, 치솟는 등록금, 어마어마한 학생 부채, 비대해진 교수단,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비난 여론 등으로 과거의 명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통렬하게 고발한다.  그 주범으로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다양한 편법과 조작 관행으로 로스쿨 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 로스쿨 당국과 교수들을 지목했다. 또 이들의 동맹인 미국변호사협회와 로스쿨협회 등 일단의 법조계도 동조자다. 이들에게 법과 정의보다 위에 있었던 건 '돈'과 '권위'를 지키려는 '욕망'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각종 로스쿨 통계와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미국 로스쿨에 만연해 있는 부패와 의심스러운 행태들을 가차 없이 폭로하면서 로스쿨 내부 시스템의 문제 개선과 명예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공익'과 '양심'의 귀감이 돼야 할 법학 교육자들이 자기이익에 눈먼 비윤리적 행동으로 어떻게 사회의 법과 정의를 훼손시켜왔는지, 온갖 비리와 추문으로 들끓는 우리 법조 및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교육 ㆍ법조계가 공익보다 사익을, 사회 전체보다 집단 이익을 더 우선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비극적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 놀라운 일은 이들이 보였던 자성 없는 태도다. 교육과 사회의 비극을 구조 탓으로 돌리고, 자기 편의적으로 잘못을 외면하고, 빠져나가는 태도는 우리에게도 로스쿨의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모든 선택 단계에서 잘못된 결과를 만든 선택을 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한다. <'로스쿨은 끝났다'/브라이언 타마나하 지음/김상우 옮김/미래인 출간/값 1만5000원>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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