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3원'과 '1848원'… 서울 주유소 기름값은 '극과 극'

강남 힐탑 2393원, 동작 햇살나눔 1848원지대·납품가 등 영향… 운영자 가격정책 반영되기도공사·상호변경 잦고 유난히 가격 싼 주유소 '주의'[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경기침체 속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기름값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자 저가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요즘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이용해 인접한 주유소의 가격도 실시간 비교ㆍ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울며 겨자 먹기'로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기름을 넣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동네마다 그리고 주유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몇 푼 안 되는 돈에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서울 시내 최고-최저가 차이 545원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서울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주유소는 강남구의 '동하석유힐탑주유소'다. 주변에는 기업들을 비롯해 상업지구가 발달해 있고, 대형호텔과 주거단지도 밀집해 교통량이 많은 곳에 속한다. 여기에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주유소가 많다는 점,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도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기준 가격은 리터(ℓ) 당 2393원. 서울시에서 최저가인 동작구 'C&S유통 햇살나눔주유소'(1848원)보다 무려 545원이나 비싸다. 이렇게 비싼 주유소에도 손님들이 올까. 힐탑주유소 관계자는 "월세가 높고 인건비로 나가는 것들이 많아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높은 가격이라는 불리한 점을 상쇄하기 위해 세차에 8명을 투입하고 주유금액에 따른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지역별 기름값 편차는 전국의 시ㆍ도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3일 기준으로 인천ㆍ경기지역의 최고ㆍ 최저가 차이가 각각 521원과 491원으로 비교적 높은 걸 제외하면 부산(269원), 울산(270원), 광주(184원)에 비해서는 2~3배, 가장 차이가 적은 세종(101원)보다는 무려 5배가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또 서울은 절대가격 면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다. 23일 평균가(휘발유 기준)에서도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ㆍ도는 2000원을 넘는 곳이 한 곳도 없는 반면 서울은 2000원을 훌쩍 넘어 2005.14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937.46원보다 70원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땅값'이 기름값 좌우 = 그렇다면 이렇듯 지역마다 또 개별 주유소마다 유가가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 전국 1만3000곳 주유소 중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600곳 주유소의 기름값은 또 왜 이렇게 비싸고, 그 편차가 유난히 심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주유소 기름값을 결정하는 요소 중 토지가격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울은 각 지역별 지대 격차가 심해 기름값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주유소 운영자들의 60~70% 정도는 지대를 (가격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석유공사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결정되는 주요요인은 크게 3가지 정도인데,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주요소 땅값'이다.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소요된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면 그만큼 가격을 내릴 여지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서울지역에서 주유소 개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가와 시설조성비 등을 포함해 5~6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부지 임대를 통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경우 월마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는 적잖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렇게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결국 전국적으로는 땅값이 비싼 서울이, 서울 내에서는 강남지역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가격 결정의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주유소가 정유업체에 지불하는 '납품가'다. 우리나라 전체 원유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23일 기준 배럴 당 가격은 98.16달러다.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리터랑 675원이다. 정유업체들이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와 수입부과금, 해상운송비, 보험료 등이 추가되고, 이후 개별 주유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운영자들의 이윤분까지 고려해 가격이 다시 책정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겐 원유구입 당시보다 1000원 이상의 가격이 더 붙어 공급되는 셈이다. 여기에 각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조달 받는 방식도 직접수령하거나 중간에 대리점을 통해 공급받는 형식이어서 유통과정 마진에 따라 가격의 폭은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별 주유소 운영자들의 가격정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각 주유소는 변동하는 국제유가 시세와 납품가, 기타 요소들을 고려해 보통 하루 단위로 기름값을 재설정한다. 바로 이 과정에 운영자들의 마케팅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개입될 수 있다. 소비자들을 위한 할인행사나 사은품 증정 경쟁이 치열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최근 들어 주유소가 늘어나고 그 만큼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운영자들의 개별적 '경영방침'이 가격에 영향을 주는 비중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가격을 둘러싼 주유소들간의 '눈치게임'으로 이어진다. 주변 업소의 가격낙폭을 보고 그날 그날 기름값을 정하는 경우도 많아 매일같이 가격표를 고쳐 다는 곳들도 흔하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미 주유소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어 최근에는 주유소들끼리의 눈치보기 움직임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주변 주유소가 가격을 올리면 함께 올리고, 낮추면 또 같이 낮추는 일들이 잦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유소 위치가 대로변에 자리하는지 여부와 반경 1km 내에 위치한 경쟁업체의 수, 기름을 공급 받는 정유사 등도 기름값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한편 이 같은 가격 결정요인의 다양화, 그에 따른 가격책정 구조에 대해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유가정보의 실시간 공개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신속ㆍ정확한 정보습득이 가능한 반면 주유소 운영자들이 주변 여건을 보고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담합 아닌 담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서해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팀장은 "오피넷 등을 활용한 신속한 비교로 소비자들뿐 아니라 운영자들도 주변업소의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암묵적 담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로 인해 기름값이 상향평준화 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주유소 이용법에 대해 이 팀장은 "시설공사나 상호변경이 잦은 곳, 유난히 싼 가격을 제시하는 주유소들은 한번 쯤 의심해 보는 게 좋다"며 "주유소를 방문해서는 가격단위보다 20리터 단위의 양으로 주유를 요구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