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기자
[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어라? 이거 스리백이잖아?"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서울은 3-0으로 앞서던 후반 17분 부상당한 고요한 대신 한태유를 투입시켰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이내 분주해졌다. 부단히 말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포메이션은 어느새 4-4-2에서 3-4-3으로 바뀌었다. 경기 뒤 최용수 감독은 "변칙"이라고 했다.사실 그는 시즌 전부터 스리백 전술에 대한 구상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서울은 몰리나의 추가골을 묶어 4-0 완승을 거뒀다. 시즌 첫 승에 첫 무실점. 전술적 진보는 덤이었다. ▲ 서울이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배경 서울에 포백을 뿌리내린 인물은 세뇰 귀네슈 전 감독이다. 2007년 부임 후 기존 스리백을 포백으로 바꾸며 '공격축구'를 천명했다. 이는 2010년 넬로 빙가다, 2011년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도 변하지 않았다. 그 덕에 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포백을 잘 구사하는 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귀네슈 감독 이후 서울이 스리백을 사용한건 2009년 4월 수원과의 '슈퍼매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주목할 점은 당시 귀네슈 감독이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데얀·정조국·이청용·기성용 등의 창끝은 예리했으나 수비가 허술했다. 중앙수비 김진규-김치곤의 느린 발이 문제였다. 공격적인 전술 운용에 무게 중심도 지나치게 앞으로 쏠렸다. 이로 인해 상대 역습이나 침투 패스에서 적잖게 치명적 약점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당시 수원은 빠른 발과 선 굵은 역습을 구사하는 팀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스리백으로 수비를 단단히 한 뒤 효율적 공격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결국 서울은 이청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서울이 지금 겪는 문제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주영은 김치곤보다 발이 빠른 수비수지만, 서울은 2009년 이상으로 공격적인 팀이 됐다. 중앙 미드필드는 공격 성향이 짙은 하대성-고명진으로 구성됐고, 풀백들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선다. 그 사이 수비의 허점은 커져갔다.왼발잡이를 오른쪽에, 오른발잡이를 왼쪽에 배치함으로써 대각선 돌파에 이은 슈팅을 곧장 가져간다. 이로 인한 크로스에서의 불리함은 윙백이 메워준다.
이 경우 측면 공격수들은 대각선 돌파에 이어 곧장 슈팅을 노릴 수 있다. 아르연 로번(뮌헨), 디 마리아(레알 마드리드) 등 왼발잡이가 각 팀에서 오른쪽에 배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측면 크로스를 양쪽 윙백에게 맡겨두고, 원톱,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수비진을 교란할 수도 있다. 기존 4-4-2, 4-3-3에 공격적인 3-4-3을 장착할 경우 서울은 충분히 초반 부진을 메울 수 있다. 김진규는 "스리백이라고 수비 축구는 아니다"라며 "(차)두리형, (김)치우형 등 좋은 측면 자원이 많아 오히려 더 공격적인 전술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에게도 전술적으로 혼란을 줄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스리백의 전술 완성도는 아직 설익었다. 특히 수년 간 포백에 길들여져 있던 선수들에게 낯선 전술이다. 3-0으로 앞선 대구전에서 이를 시험한 건 위험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이날 서울은 스리백 변형 뒤 몇 분간 선수들이 자주 벤치로 다가와 코치진과 논의를 가졌다. 전체적인 움직임은 산만했고, 공수 밸런스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기에 부족했다. 최용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스리백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격적인 축구 구사에 확신이 있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치우 역시 대구전 직후 "나는 스리백 전술에 익숙한 편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